한국 땅에서 정확히 49.5km. 부산에서 제주도까지 300km가 넘으니, 대마도는 제주도보다 여섯 배 가까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대마도를 모른다. 혹은 알더라도 "일본치고 별거 없다"는 말에 한 번씩 망설인다.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대마도가 별거 없는 게 아니라, 거기서 뭘 봐야 할지 모르고 갔다가 실망한 것뿐이다.
인구 2만 6천 명. 남북으로 82km. 차로 끝에서 끝까지 두 시간 넘게 걸린다. 관광객 수에 비해 한적하고, 물이 맑고, 음식이 의외로 깊다. 쾌속선으로 1시간 10분이면 닿는다. 이 글은 그 섬을 처음 가는 사람이 헤매지 않도록 쓴 것이다.
대마도 가는 법: 쾌속선 선사 비교
대마도는 비행기 직항이 없다.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야 한다. 2026년 기준, 비틀(Beetle)과 코비(KOBEE)는 운항 중단됐다. 현재 운항 중인 선사는 세 곳이다.
- 대아고속해운 (오션플라워) — 히타카츠 편도 약 97,000원 (운임 90,000 + 터미널·세금 7,000), 이즈하라 편도 약 117,000원. 왕복 기준 히타카츠 약 20만 원 초반. 실시간 이벤트 요금 최저 30,900원부터 가능하니 예약 전 확인을 권장한다.
- 팬스타 (쓰시마링크) — 히타카츠·이즈하라 모두 취항. 패키지 상품 포함 시 1박 2일 왕복 169,000원부터 시작하는 상품도 있다.
- 스타라인 (니나) — 히타카츠 노선 위주. 일부 시즌 한정 운항이니 출발 전 시간표 확인 필수.
소요 시간은 히타카츠 1시간 10분, 이즈하라 2시간 10분 내외. 파도가 높으면 결항하거나 요동이 심하다. 멀미약은 탑승 3시간 전에 먹어야 효과가 있다. 출국할 때 현금으로 납부하는 부두세와 출국세가 따로 있으니 환전 시 여유 있게 준비해두는 게 좋다.
히타카츠로 입국, 이즈하라로 출국하는 이른바 '섬 종단 코스'가 2박 3일 이상에는 가장 효율적이다. 두 지역 사이가 차로 두 시간이 넘기 때문에 왕복으로 이동하면 하루가 사라진다.
현지 이동: 렌터카 없으면 절반도 못 본다
버스는 있다. 히타카츠-이즈하라 종단 버스도 있다. 하지만 배차 간격이 길고, 주요 명소는 도로에서 꽤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렌터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 국제운전면허증 (제네바 협약 형식) + 여권 필수
- 전 차종 오토 차량. 일본은 좌핸들, 좌측통행이다
- 추천 업체: 유유렌터카(히타카츠 항 바로 앞), 히토츠바타고 렌터카, 타임즈 렌터카
- 히타카츠에서는 전기자전거 대여도 가능. 히타카츠 시내 명소만 돌 계획이라면 대안이 된다
히타카츠항에 내리면 렌터카 업체들이 항구 앞에 줄지어 있다. 당일 예약도 가능하지만 성수기에는 남은 차가 없을 수 있으니 미리 잡아두는 것이 좋다.
북부 거점: 히타카츠(Hitakatsu)
대부분의 한국 여행자가 처음 내리는 곳이다. 항구 주변에 마츠모토키요시, 밸류마트, 숙소들이 모여 있다. 조용하고 작다. 관광 명소는 차로 10분 안팎에 집중돼 있다.
미우다 해변 (Miuda Beach)
히타카츠 항에서 차로 10분. 일본 환경청이 선정한 '일본의 바닷가 백선' 중 하나다. 고운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남국 느낌을 낸다. 수심이 얕고 물이 투명해서 파도가 잔잔한 날에는 아래까지 다 들여다보인다. 여름 성수기에는 푸드트럭과 간이 시설이 들어서지만, 비수기에는 거의 아무도 없다. 혼자 걸어도 충분히 오래 있고 싶은 곳이다.
콤비라 에비스 신사
히타카츠 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신사. 항해업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세워졌다. 3분 정도 걸어 오르면 히타카츠 항구와 바다 전체가 발아래 펼쳐진다. 크게 웅장한 신사는 아니지만 뷰가 좋다. 아침 일찍 가면 거의 아무도 없다.
나기사노유 온천 (渚の湯)
히타카츠 항에서 차로 5분. 실내·실외 온천 모두 있다. 미우다 해변과 묶어서 오전에 해변 산책, 오후에 온천으로 마무리하는 코스가 히타카츠 일정 중 가장 만족도가 높다. 입욕 후 배낭을 메고 다시 움직이기가 싫어질 수 있다는 건 미리 알고 가야 한다.
남부 거점: 이즈하라(Izuhara)
대마도의 행정·상업 중심지다. 히타카츠보다 규모가 크고 식당과 상점도 많다.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범위에 역사 명소가 몇 개 모여 있다.
에보시다케 전망대 (烏帽子岳展望台)
이즈하라에서 차로 30분 내외. 대마도에서 360도 파노라마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전망대다. 아소만의 리아스식 해안선이 섬들 사이로 꼬불꼬불 이어진 풍경이 눈 아래 펼쳐진다. 맑고 시야가 좋은 날에는 부산 방향의 산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인다고 한다.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3분 정도 있다. 짧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손잡이를 잡는 편이 안전하다.
와타즈미 신사 (和多都美神社)
바다의 신 도요타마히메를 모시는 신사다. 에보시다케에서 차로 15분 거리. 신사 앞 해변에 5개의 도리이가 일렬로 서 있는데, 이 중 두 개가 만조 때 바닷물 속에 잠긴다. 썰물 때는 도리이가 모래 위에 평범하게 서 있지만, 밀물 때는 물속에 반쯤 잠긴 도리이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방문 전날 조석 시간표를 확인하고 만조 시간에 맞춰 가는 게 훨씬 낫다.
만조 시간은 날마다 다르다. 일본 기상청 사이트에서 'ツシマ 潮位' 또는 '対馬 満潮'로 검색하면 당일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썰물 때 가면 그냥 평범한 신사다.
한국 전망대 (韓国展望所)
날이 좋으면 한국 해운대가 보인다는 곳. 두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 미세먼지 없음, 그리고 기온이 낮아야 함. 여름 성수기에는 대기가 흐려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볼 수 없어도 전망대 자체는 경치가 나쁘지 않다. "저 바다 건너면 부산"이라는 감각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덕혜옹주 결혼 봉축 기념비
조선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가 대마도 번주 후손 소 다케유키와 강제 결혼한 역사가 이 섬에 담겨 있다. 이즈하라 항구 근처에 기념비가 있다. 크게 많은 시간이 걸리는 곳은 아니지만, 대마도라는 섬이 한일 역사에서 어떤 위치였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지도 검색으로 10분 이내에 찾을 수 있다.
반쇼인 (萬松院)
이즈하라 내 사찰로, 일본 3대 묘지로 불린다. 대마도 번주 소씨 가문 역대 번주들이 묻혀 있다. 이끼 낀 돌계단과 고목이 가득한 분위기가 조용하고 깊다. 시간 여유가 있는 날 들러볼 만하다.
대마도에서 먹어야 할 것 3가지
1. 아나고 (穴子 · 붕장어)
대마도는 일본 전역에서 아나고 어획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시장에 나오는 아나고가 이즈하라·히타카츠 어느 식당에서든 신선하다. 먹는 방식은 세 가지다 — 회로 얇게 썰어 먹는 생아나고회, 소금구이, 그리고 아나고 덮밥(아나고동). 아나고테이(あなご亭)가 대표적인 붕장어 전문점이다. 점심 시간대에는 대기가 생기는 편이다.
2. 이리야키 (いりやき)
대마도 향토 냄비 요리다. 생선, 해산물, 닭고기, 제철 채소를 간장 국물에 넣고 끓인다. 일본 본토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조리 방식이다. 겨울에 특히 어울린다. 이즈하라 중심가 식당들에서 찾을 수 있다.
3. 대마도 소바 (対馬 そば)
대마도산 메밀로 만든 소바다. 약 2천 년 전 한반도를 통해 메밀이 일본에 전해졌다는 설이 있는데, 그 경로가 이 섬이었다고 한다. 면이 거칠고 진한 풍미가 있다. 아가타노사토(あがたの里) 같은 전통 소바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다.
- 톤짱 (とんちゃん) — 달콤 짭짤한 양념에 재운 돼지 등심을 채소와 구워 먹는 향토 음식. 이즈하라 여러 이자카야에서 주문 가능하다.
- 마루후쿠 라멘 — 히타카츠의 라멘 가게. 진한 국물과 매운 된장 계열 라멘이 주력이다.
- 야마하치 제과 — 히타카츠의 작은 과자·빵 가게. 쫀득한 대마도산 찹쌀 떡류가 여행 중 간식으로 좋다.
쇼핑: 어디서 뭘 사야 할까
대마도에서의 쇼핑은 드럭스토어와 대형마트가 중심이다. 히타카츠의 밸류마트 오우라점과 마츠키요가 나란히 있어, 배에서 내린 직후에 먼저 들르거나 배 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르기 좋다. 이즈하라에는 티아라몰과 맥스밸류마트가 있다.
- 마츠모토키요시: 면세 쇼핑 가능. 5,000엔 이상 구매 시 세금 환급.
- 밸류마트: 생필품, 음식, 주류 등 일반 마트 물품.
- 이즈하라 티아라몰: 의류, 생활용품, 식품까지 갖춰진 복합 쇼핑센터.
쓰시마 야마네코(対馬ヤマネコ) — 섬의 상징
대마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야생 고양이 '쓰시마 야마네코'가 산다. 야생 삵의 아종으로, 대마도에만 서식한다. 개체 수가 100마리 내외로 추산될 정도로 희귀하다. 이즈하라 인근에 쓰시마 야마네코 보호센터(対馬野生生物保護センター)가 있어 전시 공간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 야생 개체는 주로 산속에 있어 우연히 마주치기 어렵지만, 야간 드라이브 중 도로에서 마주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한다.
일정별 추천 코스
당일치기 (히타카츠 IN·OUT)
히타카츠 도착 → 콤비라 에비스 신사(15분) → 미우다 해변(1시간) → 점심(마루후쿠 라멘 or 카이칸 식당) → 밸류마트·마츠키요 쇼핑 → 나기사노유 온천(1시간) → 귀국. 여유 있게 보려면 도착 후 움직임이 느려질 수 있으니 배 시간 역순으로 동선을 잡는 게 낫다.
1박 2일 (히타카츠 IN → 이즈하라 OUT)
- 1일차: 히타카츠 도착 → 콤비라 에비스 신사 → 미우다 해변 → 나기사노유 온천 → 히타카츠 숙박
- 2일차: 렌터카로 이즈하라 이동 → 만제키바시 → 와타즈미 신사(만조 시간 맞춤) → 에보시다케 전망대 → 한국 전망대 → 이즈하라 아나고 점심 → 덕혜옹주 기념비 → 이즈하라 출항
2박 3일 (충분히 보고 싶다면)
1일차 히타카츠 집중, 2일차 섬 중부 드라이브 + 가네다 요새 유적 트레킹, 3일차 이즈하라 시내 + 반쇼인 + 점심 후 출항. 카야킹을 하고 싶다면 아소만 카야킹 투어(쓰시마 에코투어)를 2일차에 넣을 수 있다.
- 여권 (무비자 입국, 90일 이내)
- 멀미약 — 탑승 3시간 전 복용
- 현금 — 부두세, 출국세 현장 현금 납부. 일부 식당·소규모 가게는 카드 미사용
- 국제운전면허증 — 렌터카 이용 시 필수
- eSIM 또는 유심 — 섬 전체에 Wi-Fi가 많지 않다
- 날씨 확인 — 파도가 2m 이상이면 결항 가능성 있음. 출발 전날 체크
대마도는 빠르게 보고 오는 곳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렌터카 창문 너머로 산과 바다가 번갈아 나타나고, 아나고를 먹고 온천에 들어가는 단순한 일과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부산에서 1시간 10분. 비행기도 아니고, 긴 항해도 아닌 거리에 있는, 확실히 일본인 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