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에서 라멘, 초밥, 야키토리... 이미 다 먹어봤다면 이번엔 몬자야키 차례다. 철판 위에서 끓는 질퍽한 반죽이 처음엔 낯설어 보이지만, 한번 빠지면 다음 도쿄 여행 일정에 츠키시마가 무조건 들어간다. 오사카에 오코노미야키가 있다면, 도쿄엔 몬자야키. 서민 소울 푸드를 제대로 먹고 오는 법을 정리했다.
몬자야키가 뭔데, 오코노미야키랑 다른가
처음 보면 "이게 다 익은 거야?" 싶다. 그게 정상이다. 몬자야키(もんじゃ焼き)는 반죽이 훨씬 묽다. 오코노미야키가 밀가루 반죽을 두껍게 쌓아 팬케이크처럼 뒤집어 먹는다면, 몬자야키는 반죽이 거의 액체에 가까워서 철판 위에 얇게 깔린다. 딱 봐도 비주얼이 심상치 않은데, 그게 바로 도쿄 서민 감성이다.
- 몬자야키 — 묽은 반죽, 질척하게 철판에 깔려서 누룽지처럼 긁어 먹음, 도쿄·관동 지방 대표
- 오코노미야키 — 걸쭉한 반죽, 두꺼운 팬케이크 형태, 오사카·히로시마 대표
두 음식 모두 철판 요리지만 맛과 식감이 완전히 다르다. 이색적인 경험과 짭짤하고 고소한 맛을 원한다면 몬자야키, 든든한 한 끼를 원하면 오코노미야키. 도쿄에 왔으면 당연히 몬자야키다.
츠키시마 — 도쿄 몬자야키의 성지
도쿄에서 몬자야키를 먹겠다 하면 무조건 츠키시마(月島)다. 1892년 도쿄만 준설 공사로 탄생한 작은 인공섬으로, 지금은 도쿄 로컬들이 "몬자 먹으러 간다"면 자동으로 가는 곳이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몬자야키 전문점만 70곳 이상 빽빽하게 들어선 몬자 스트리트가 있다. 어디 들어가도 기본 이상은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실패 확률이 낮다.
가는 법
- 지하철 — 도쿄메트로 유라쿠초선 또는 도에이 오에도선 츠키시마역(月島駅) 7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주변 연계 코스 — 오전에 츠키지 장외시장에서 해산물 조식 → 긴자 쇼핑 → 오후 4~5시에 츠키시마로 이동
츠키시마 몬자야키 맛집 TOP 3
① 오코게 (おこげ) — 모헤지 계열의 숨은 강자
구글 평점·리뷰 모두 몬자 스트리트에서 최상위권. 알고 보면 도쿄 몬자야키 시장을 장악한 모헤지(もへじ) 브랜드의 계열점으로, 다섯 개 이상의 브랜드를 거느린 모헤지가 만든 곳이니 믿을 만하다. 오코게 본점은 모헤지 본점과 바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 그라탕 몬자야키 — 오코게만의 시그니처. 일반 가게에서는 치즈를 추가하면 돈이 더 나오는데, 여기서는 기본 포함. 크림치즈 풍미가 부드럽게 감기고 양도 다른 메뉴보다 1.5배 푸짐하다
- 멘타이 모찌 몬자야키 — 명란 + 떡 조합. 짭짤한 명란과 쫄깃한 떡의 궁합이 절묘하다
- 안코 몬자야키 — 팥 소 들어간 달콤한 디저트 몬자. 마무리로 주문하기 딱 좋음
② 모헤지 본점 (もへじ本店) — 도쿄 몬자야키의 교과서
도쿄 전역에 수백 개 지점을 둔 모헤지. 그 중 츠키시마 본점이 정본(正本)이다. 전국 각지의 일본인들이 몬자야키를 먹으러 여기까지 온다. 넓고 깨끗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도 다른 로컬 몬자야키집과 차별화된다.
- 멘타이 모찌 몬자야키 (明太もちもんじゃ) — 전 지점 통틀어 넘버원 메뉴. 명란젓의 짭짤함 + 모찌(떡)의 쫀득함 + 치즈의 고소함. 몬자야키 입문자에게 실패 없는 최고의 선택이다
- 직원이 직접 구워주는 서비스 — 타이머로 시간을 재면서 최상의 타이밍에 조리해준다
③ 다루마 (だるま) — 원조 간장 베이스 몬자야키
오코게·모헤지가 크림 계열의 진한 맛이라면, 다루마는 간장 베이스다. 오래된 가게 특유의 쇼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진짜 일본 감성을 원하는 여행자에게 어울린다.
- 베비스타 몬자야키 — 베비스타(ベビースター)라는 일본 과자를 부셔 넣어 먹는 원조 스타일. 달콤하지 않고 식감이 재미있는 게 포인트. 일본 전통 몬자야키가 원래 이런 형태였다
- 간장 베이스 반죽 — 첫 번째, 두 번째 집과 확연히 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몬자야키 먹는 법 — 5단계
철판 앞에 앉았다.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순서대로 하면 된다. 가게에서 직원이 도와주는 경우도 많지만 알고 가면 더 즐겁다.
- 고형 재료 먼저 건져내기 — 재료가 담긴 그릇에서 양배추, 해산물, 고기 등 건더기만 철판에 올린다. 묽은 반죽 국물은 남겨둘 것
- 도넛 모양(둑) 만들기 — 고형 재료를 잘게 썰면서 도넛 모양으로 동그랗게 모아 가운데를 비워둔다. 이 둑이 반죽 국물이 새나가는 걸 막아준다
- 가운데에 묽은 반죽 붓기 — 남겨뒀던 국물을 둑 안쪽에 천천히 붓는다. 약불에서 끓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린다
- 철판에 얇게 펴기 — 반죽이 끓기 시작하면 전체를 섞어서 철판에 얇고 넓게 펴준다. 약불에서 5분 정도 천천히 익힌다
- 작은 뒤집개로 긁어 먹기 — 철판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 부분을 작은 뒤집개(へら)로 긁어 먹는다. 이게 바로 몬자야키의 진짜 맛
같이 마시면 더 맛있는 것들
- 레몬사와 (レモンサワー) — 몬자야키와 환상의 조합이라고 현지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조합이다. 탄산의 청량함이 철판 요리의 기름기를 잡아준다
- 나마비루 (生ビール) — 생맥주도 정석. 몬자 철판 앞에서 생맥주 한 잔이면 도쿄 서민 감성 200% 달성
- 레몬사와가 없으면? — 탄산음료도 나쁘지 않다
가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 냄새 배임 — 철판 연기가 심해서 옷과 가방에 냄새가 배는 건 피할 수 없다. 대부분의 가게에서 외투와 가방을 넣을 비닐봉지나 락커를 제공하니 입장할 때 직원에게 요청하자
- 웨이팅 — 주말 저녁(6~8시)은 20분 내외 대기. 오후 4~5시를 공략하면 여유롭게 앉을 수 있다
- 가격대 — 1인당 약 1,500~2,500엔 정도면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음료 포함 2,000~3,000엔 예상
- 메뉴판 — 대부분 일본어지만 파파고로 찍으면 충분히 읽힌다. 모헤지 등 유명 가게는 한국어 응대 가능한 직원이 있기도 하다
- 연계 추천 코스 — 오전 츠키지 장외시장 → 낮 긴자 → 오후 4~5시 츠키시마 몬자야키. 긴자에서 도보 20분 또는 지하철 2정거장 거리
마치면서
처음 본 비주얼에 망설이는 사람들 많다. 그런데 철판 앞에서 직접 구우면서 작은 주걱으로 긁어 먹다 보면 어느새 남은 게 없다. 모헤지 본점의 명란 모찌 몬자야키, 오코게의 그라탕 몬자야키는 일단 한 번 먹으면 다음에 도쿄 가면 또 가게 된다. 그게 츠키시마가 수십 년째 여전히 사람 넘치는 이유다.
오사카에서 오코노미야키 먹었다면, 다음 도쿄 여행에선 츠키시마로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