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4박 5일, 일루미네이션부터 몬자야키까지
크리스마스 시즌 도쿄의 반짝이는 거리를 걸으며 카츠동, 몬자야키, 장어덮밥까지. 시부야, 롯폰기, 긴자를 누빈 도쿄 여행 기록.
시퀀스 미야시타에서 시작된, 빛나는 첫날
도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뭐냐고요? 저는 호텔부터 골라요. 이번엔 시퀀스 미야시타파크 호텔에 짐을 풀었는데, 미야시타파크 바로 위에 있어서 시부야 한가운데서 여행이 시작되는 느낌이에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부터 달랐어요. 요즘 도쿄에서 가장 감도 높은 호텔 중 하나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더라고요.
저녁에 찾아간 에비스 가든플레이스는, 솔직히 말하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숨 멎었던 순간이었어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광장 한가운데에 바카라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는데 — 수백 개의 크리스탈이 조명을 머금고 반짝이는 걸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순간,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어요. 이건 사진으로는 절대 안 나와요. 빛의 온도까지 느껴지는 건 직접 가봐야만 알 수 있는 거예요.
카츠동에서 스즈카케까지, 이 동선은 저장해두세요
둘째 날 점심은 요즘 도쿄에서 핫한 카츠동야 즈이초. 바삭하게 튀긴 돈카츠 위에 반숙 계란이 올라가는 비주얼부터 이미 우승인데, 한 입 넣으면 계란이 먼저 사르르 풀리면서 돈카츠의 바삭함이 뒤따라와요. 이 식감의 파도가 입 안에서 부딪히는 순간, 어느새 공깃밥을 추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디저트로 찾아간 스즈카케는 도쿄 화과자 맛집으로 이미 유명한 곳이에요. 모나카 하나를 사서 걸어 먹었는데 팥앙금이 진하고 달지 않아서, 먹는 내내 녹차가 간절해지는 그런 맛이었어요. 카츠동야 즈이초에서 점심 → 스즈카케에서 디저트 → 유니클로에서 헬로키티 커스텀 티셔츠 만들기, 이 동선 꼭 저장해두세요. 일본 유니클로에서만 되는 커스텀 서비스라 기념품으로도 완벽하거든요.
모헤지 몬자야키, 도쿄를 반만 본 사람들에게
도쿄 오면 라멘, 스시, 돈카츠만 먹고 가는 분들 많지 않나요? 솔직히 그러면 도쿄 음식의 매력을 반밖에 모르는 거예요. 몬자야키라고 들어보셨나요? 오코노미야키보다 훨씬 묽은 반죽을 철판에 얇게 펴서, 바닥에 눌린 부분을 작은 헤라로 긁어먹는 — 도쿄 로컬들의 소울 푸드예요.
모헤지에서 치즈 몬자에 명란을 추가했는데, 이 조합은 진심으로 미쳤어요. 치즈가 철판 바닥에서 바삭하게 눌려붙은 걸 헤라로 긁으면 쭈욱 늘어나면서 명란의 짭짤함이 같이 올라오거든요. 그 앞에서 빵토에스프레소토의 프렌치토스트로 워밍업하고 모헤지에서 마무리하는 저녁 코스, 맥주까지 곁들이면 — 완벽한 도쿄의 밤이 완성돼요.
롯폰기의 푸른빛, 겨울 도쿄가 사람을 부르는 이유
셋째 날은 온전히 감성 충전을 위한 날이었어요. 푸글렌에서 향 좋은 커피 한잔, 이케아를 가볍게 둘러본 뒤 국립신미술관으로 향했어요. 유리 곡면 외관이 오후 햇빛을 받으면 물결치듯 반짝이는데, 건물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지더라고요. 건축과 빛에 예민한 분이라면 이 장소를 절대 놓치면 안 돼요.
저녁은 이마카츠에서 돈카츠를 먹었어요. 속이 살짝 핑크빛인 로스카츠가 메인인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소스 없이도 맛있는 유형이에요. 식사 후 롯폰기 일루미네이션을 걸었는데 — 파란 LED가 가로수를 따라 빽빽하게 감겨 있어서 거리 전체가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어요. 차가운 공기 속에서 빛나는 거리를 걷는 순간, 겨울 도쿄가 매년 사람들을 부르는 이유를 온몸으로 이해하게 될 거예요.
마지막 날, 긴다코 한 입의 여운
넷째 날은 아자부다이힐스의 스케일에 한번 놀라고, 하브스의 밀크레이프에 두번 놀란 뒤, 긴자 쇼핑거리를 누비다 우나후지 장어덮밥으로 마무리. 바삭한 장어 위에 산초를 뿌려 먹으면 입 안에 향긋한 여운이 오래 머물러요. 마지막 날은 공항 가기 전 긴다코 타코야키 하나로 간단하게 — 겉바속트로 긴다코는 출국 전 마지막 간식으로 항상 옳아요.
4박 5일 동안 빛나는 일루미네이션, 감도 높은 핫플, 숨은 로컬 맛집까지 빼곡히 채운 겨울 도쿄 여행이었어요. 다음엔 나카메구로 벚꽃 시즌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