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신칸센을 타면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오사카에서는 1시간 반.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여행자들은 시즈오카를 그냥 지나친다. 창밖으로 후지산이 거대하게 보이는 그 순간에도, 열차는 그냥 달려 오사카로, 도쿄로 향한다. 내려서 둘러보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그게 오히려 이 도시의 장점이다. 도쿄나 오사카와는 달리, 시즈오카는 아직 조용하다. 식당 앞에 줄이 없고, 골목도 한산하다. 녹차밭이 도시를 감싸고, 어디서든 후지산이 보인다. 2026년 지금도 한국인에게는 덜 알려진 소도시라 그 조용함이 남아 있다.
시즈오카, 어떤 도시인가
시즈오카현(静岡県)은 도쿄와 나고야·오사카 사이 도카이도 신칸센 루트에 위치한다. 후지산을 품고 있는 현이고, 일본 최대 녹차 생산지이기도 하다. 일본 전체 녹차 생산량의 약 40%가 이곳에서 나온다. 현청 소재지인 시즈오카 시를 중심으로, 참치 항구 시미즈(清水), 후지산과 가장 가까운 후지노미야(富士宮), 온천 마을 슈젠지(修善寺)가 함께 엮인다.
- 도쿄 → 시즈오카: 신칸센 히카리 약 1시간, 고다마 약 1시간 20분
- 오사카 → 시즈오카: 신칸센 히카리 약 1시간 30분
- 나리타/하네다 → 시즈오카: 공항 리무진 버스 운행 (약 2시간 30분)
- 시즈오카 공항 직항 편도 항공편도 있음 (LCC 기준 왕복 15~25만원대)
2박 3일이면 시즈오카 시내 + 시미즈 + 후지노미야를 뚜벅이로 소화할 수 있다. 렌트카가 있으면 타누키 호수, 오부치노사사바 녹차밭, 이즈반도까지 범위가 넓어진다.
시미즈(清水): 참치의 항구
시즈오카역에서 JR 도카이도선 로컬 열차로 11분이면 시미즈역에 닿는다. 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시미즈항이 있다. 일본 내에서 참치 양적 1위 항구다. 그 덕에 신선하고 저렴한 참치를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항구 주변에 몰려 있다.
카시노이치 수산시장 (河岸の市)
시미즈항 바로 옆 도매 수산시장. 1층은 해산물 판매, 2층은 식당가다. 마구로관(まぐろ館)으로 올라가면 참치 요리 전문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점심 11시~13시 사이가 가장 붐빈다. 가격은 마구로동(참치덮밥) 기준 1,200~2,000엔 선.
- 시미즈 명물 카이센동: 참치 + 벚꽃새우(사쿠라에비) + 시라스(멸치류) 3종 올린 덮밥이 대표 메뉴
- 일부 식당에서는 마구로(참치)를 손님이 "그만"이라고 할 때까지 무한 리필해주는 방식으로 운영
- 오픈 시간: 10:30~14:00 (점심 영업 중심, 식당마다 상이)
- 💡 꿀팁: 일본 현지인이 많이 앉아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면 실패가 없다
시미즈항 수상 택시(페리)
카시노이치 마구로관 입구 왼쪽 키오스크에서 표를 살 수 있다. 왕복 코스로 운영되며, 중간에 두 곳의 선착장에서 내릴 수 있다. 선창가를 따라 천천히 항구를 돌며 바다와 후지산을 함께 볼 수 있다. 날씨 맑은 날 기준 약 30분 코스. 비용은 왕복 약 700~1,000엔 수준.
⚠️ 구름이 많으면 후지산이 보이지 않는 날도 많다. 아침 일찍, 날씨가 맑은 날에 도전해야 한다. 특히 여름은 구름이 많아 비추.
니혼다이라 호텔(日本平ホテル): 후지산이 가장 잘 보이는 곳
시즈오카현 여행자들이 한 번씩 들르는 곳이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점심 식사나 커피 한 잔 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셔틀버스는 시즈오카역 남쪽 출구에서 탑승 가능하며 약 30분 간격으로 운행. 사전에 홈페이지에서 시간표 확인 필수.
- 유메테라스: 호텔 부속 전망 테라스. 날씨 좋은 날 후지산 + 시미즈항을 동시에 내려다볼 수 있음. 무료 입장
- 가든 라운지 레스토랑: 후지산 뷰를 보면서 식사 가능. 런치 세트 2,500~4,000엔대. 가격 대비 분위기 훌륭
- 라운지 바(로비 아래층): 커피·케이크 세트로 가볍게 머물기 좋음. 오후 시간대 웨이팅 있음
- 니혼다이라 케이블카: 호텔에서 탑승 가능. 산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바다 석양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닿음
💡 꿀팁: 투숙 예약 시 후지산 뷰 룸(富士山ビュー)은 별도 요금이 붙지만 눈 뜨자마자 후지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가성비를 원한다면 후지노미야쪽 호텔 + 니혼다이라 당일 방문 조합이 낫다.
후지노미야(富士宮): 후지산과 가장 가까운 마을
시즈오카역에서 JR 미노부선으로 후지역 환승 후 약 55분. 후지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소도시로, 시즈오카에서 후지산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베이스캠프다. 역에서 내리면 이미 후지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시라이토 폭포(白糸の滝)
후지노미야역 앞 버스터미널에서 시라이토노다키 방면 버스 탑승. 약 20분 소요. 후지산 설수(雪水)가 용암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로, 폭 200m, 높이 20m의 수직 물커튼이 펼쳐진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후지산'의 구성요소 중 하나.
- 폭포 관람 후 위쪽 전망대로 반드시 올라갈 것. 폭포 + 후지산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음
- 전망대까지는 도보 5분 정도. 대부분의 관광객이 그냥 지나치는 숨은 포인트
- 입장 무료. 주차비는 있음
- 버스 시간표 미리 확인 필수 — 배차 간격 30분~1시간
타누키 호수(田貫湖)
후지노미야에서 버스로 약 40분. 해발 660m에 위치한 산중 호수로, 호수 수면에 후지산이 반영되는 다이아몬드 후지(ダイヤモンド富士) 명소다. 다이아몬드 후지는 4월 20일경과 8월 20일경 이른 아침에 후지산 정상에서 태양이 솟아오르는 현상으로, 이 시기에는 사진 작가들이 몰린다.
버스 시간표를 꼭 확인해야 한다. 타누키 호수로 가는 버스는 시간당 1대 정도. 캠핑장도 있어 캠퍼들에게도 인기 있는 곳이다. 매점에서 컵라면, 캔커피 구매 가능. 주변은 조용하고 일본 현지 분위기가 진하게 남아 있다.
후지노미야 야키소바 거리
일본 3대 야키소바 중 하나가 후지노미야 야키소바다. 돼지 기름을 짜내고 남은 육수 케이크(라드)와 정어리 가루(이리코코)를 넣어 볶은 독특한 방식. 면이 쫄깃하고 풍미가 깊다. 후지노미야역 주변과 후지산 혼구 센겐타이샤(富士山本宮浅間大社) 주변에 야키소바 전문점이 여럿 있다.
💡 꿀팁: 리헤이(利平)가 현지인 추천 야키소바 맛집으로 유명하다. 줄이 생기는 점심시간 직전에 가는 것이 좋다.
와사비 직거래
시즈오카는 일본 최대 와사비 산지이기도 하다. 후지산 용수로 재배한 와사비는 맵고 향이 깊다. 후지노미야 일대 기념품 가게에서 와사비 소바·와사비 아이스크림·생와사비 페이스트를 판매한다. 타마루야(田丸屋)가 100년 전통의 와사비 전문점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즈오카 시내에도 지점이 있다.
시즈오카 시내: 온천, 녹차, 장어덮밥
아오바 오뎅 거리(青葉おでん街)
시즈오카역 북쪽 출구 도보 5분. 시즈오카 명물 흑오뎅(黒おでん)을 맛볼 수 있는 거리다. 진한 간장 기반 국물이 특징으로, 일반 오뎅보다 색이 훨씬 진하고 맛도 강하다. 20~30석 규모의 작은 선술집들이 모여 있어 1차로 가볍게 오뎅 몇 가지에 사케 한 잔 하기 좋다. 이자카야 분위기.
오뎅 한 꼬치당 100~200엔 내외. 일본 현지인과 어깨를 붙이고 앉아 먹는 구조라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도 잘 맞는다.
유노키노사토 온천(湯の木の里)
시즈오카역 도보 3분. 접근성으로 따지면 시즈오카 최고의 온천이다. 천연 온천수를 사용하며, 실내탕과 노천탕이 모두 갖춰져 있다. 건물 자체가 일본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어져 있어 분위기 좋다. 찜질방과 휴게공간도 함께 운영.
- 입장료: 약 880~1,100엔 (탕 + 찜질방 포함 기준)
- 캐리어나 큰 짐도 입구에서 보관 가능
- 영업시간: 평일 10:00~22:00, 주말 8:00~22:00 (시즌별 상이, 사전 확인 요)
- ⚠️ 타투(문신) 있으면 이용 불가 — 이 점은 대부분의 일본 공중 온천과 동일
장어덮밥(우나쥬)
시즈오카는 하마나코(浜名湖) 호수 일대가 일본 최대 장어 양식지다. 시즈오카 시내에도 장어 전문점이 여럿 있다. 시즈오카역 주변 장어 전문점은 점심 2,000~3,500엔대, 저녁은 4,000엔 이상. 달콤 짭짤한 타레(양념) 소스가 배어든 장어를 흰밥 위에 올려 먹는 단순한 구성인데, 맛은 예상보다 훨씬 좋다.
나나야(七屋): 세계에서 가장 진한 말차 아이스크림
시즈오카역 북쪽 상점가에 위치. "세계에서 가장 진한 말차"를 표방하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다. 말차 농도를 1단계부터 7단계까지 선택할 수 있다. 7단계는 쓴맛이 강하므로 5단계 전후를 추천. 직원에게 추천을 물어봐도 친절하게 답해준다.
- 아이스크림 한 스쿱: 약 400~600엔
- 말차 초콜릿, 말차 파운드케이크 등 기념품도 판매 — 선물용으로 적합
- 시즈오카역 세노바(Cenova) 쇼핑몰 내에도 입점해 있어 비가 와도 접근 가능
교통 패스와 이동 팁
시즈오카 뚜벅이 여행 시 참고할 패스들이 있다. 상황에 따라 구매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 시즈오카 미니 패스(SHIZUOKA MINI PASS): 도카이도 신칸센 구간 일부와 JR 로컬선 1~2일 자유 승차. 외국인 전용. 가격은 구간별 1,500~2,500엔 수준
- 코인 라커: 시즈오카역에 크고 작은 코인 라커 다수 있음. 하루 종일 짐 맡기기 가능 (300~700엔)
- 열차 배차 간격: 후지노미야 방면 JR 미노부선은 배차 간격이 30분~1시간. 환승 타이밍 미리 확인 필수
- 시즈오카 시내 이동: 시즈오카역 → 시미즈역은 JR 11분, 택시로는 비쌈
숙소 선택 기준
2박 3일 뚜벅이 기준 추천 숙소 배치는 다음과 같다.
- 1박 — 시즈오카 시내 또는 니혼다이라: 첫날 시미즈 항구 → 니혼다이라 호텔 관광 후 숙박. 가성비를 원하면 시즈오카역 주변 비즈니스 호텔 (1박 6,000~12,000엔)
- 2박 — 후지노미야: 역 앞 후지노미야 후지큐 호텔은 창밖으로 후지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룸이 있다. 1박 조식 포함 약 7,000~12,000엔. 가성비와 후지산 뷰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선택지
쇼핑 리스트
시즈오카에서 챙겨오면 좋은 기념품들.
- 녹차 관련 상품: 말차 파우더, 말차 초콜릿, 시즈오카 번차(ほうじ茶). 마루젠 티 로스터리(시즈오카역 근처)에서 품질 좋은 차를 살 수 있음
- 와사비 페이스트/와사비 소바: 타마루야 본점 or 기념품점에서 구매 가능
- 사쿠라에비(벚꽃새우) 건조품: 시미즈 카시노이치 내 상점에서 판매. 국물 우릴 때나 밥에 뿌려 먹기 좋음
- 시즈오카 특산 참치 관련 가공품: 참치 조림, 통조림 등 이온몰 또는 수산시장 내 상점에서
- 이온몰 & 세노바 쇼핑몰: 세금 환급(택스 프리) 가능. 고객 서비스 데스크에서 여권 제시 후 처리 가능
오부치노사사바(大淵笹場): 녹차밭 + 후지산 뷰 인생샷
시즈오카 여행의 숨은 하이라이트. 후지산을 배경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녹차밭 전경이 장관이다. 일본 내에서도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포인트. 차밭 사이를 걸으면서 후지산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대중교통 접근이 어려워 렌트카가 필수지만, 가능하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 위치: 후지 시(富士市) 오부치 지역
- 4월~5월 신차(新茶) 시즌이 가장 예쁨. 선명한 초록 차밭과 잔설이 남은 후지산의 조합
- 주차 가능. 입장 무료
- ⚠️ 이른 아침에 가야 후지산이 보일 확률이 높다. 오후는 구름이 끼는 경우가 많음
식사 예산 정리
- 시미즈 항구 카이센동(점심): 1,500~2,500엔
- 후지노미야 야키소바: 700~1,000엔
- 시즈오카 장어덮밥: 2,000~3,500엔
- 나나야 말차 아이스크림: 400~600엔
- 아오바 오뎅거리 (1인 기준): 1,500~3,000엔
- 사와야카 함바그 스테이크 (후지노미야/시즈오카점): 1,600~2,500엔 — 시즈오카를 대표하는 내장 제거 합바그. 항상 대기가 있으니 앱으로 미리 줄 서기 가능
마무리: 시즈오카를 가야 하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시즈오카는 화려하지 않다. 도쿄처럼 볼거리가 쏟아지지 않고, 오사카처럼 먹거리가 넘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다른 곳에 없는 것이 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후지산, 진짜 현지인 분위기의 이자카야, 아침에 차밭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조용함.
2026년 지금 시즈오카는 아직 붐비지 않는다. 이 조용함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마음 편히 혼자 걸어도 되는 도시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 한눈에 보는 2박 3일 추천 루트
1일차: 시즈오카 도착 → 시미즈 카시노이치 점심(참치) → 시미즈항 수상택시 → 니혼다이라 호텔 후지산 뷰 → 아오바 오뎅거리 저녁
2일차: 후지노미야 이동 → 시라이토 폭포 → 타누키 호수 → 야키소바 거리 → 후지노미야 숙박(후지산 뷰 호텔)
3일차: 오전 후지산 뷰 → 시즈오카 시내 귀환 → 유노키노사토 온천 → 장어덮밥 → 나나야 말차 아이스크림 → 귀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