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삿포로, 눈 내리는 비에이에서 시작된 낭만 여행
비에이 투어에서 크리스마스 나무를 만나고, 삿포로 시내에서 라멘과 징기스칸까지. 눈 속에서 보낸 겨울 삿포로 여행 이야기.
공항을 나서자마자 손을 잡았어요
삿포로 공항 문이 열리는 순간 코끝이 찡하게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어요. 추운 건 알고 왔는데, 몸으로 느끼는 건 또 다르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싫지가 않았어요. 옆에서 남자친구가 손을 꼭 잡아주면서 "추우니까 빨리 라멘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이 여행이 좋은 기억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어요.
숙소에 짐을 풀고 찾아간 라멘 하루카에서 삿포로 첫 끼니를 먹었어요. 노란 미소 국물이 진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중면이라 면에 국물이 잘 묻어서 한 젓가락 들 때마다 풍미가 같이 올라와요. 나란히 앉아서 후후 불며 라멘을 먹는데, 추운 날의 따끈한 한 그릇이 이렇게 행복한 건지 새삼 느꼈어요. 둘이 라멘 앞에서 셀카 찍는 것도 잊지 않았어요ㅋㅋ
비에이: 차창 밖부터 이미 영화였어요
둘째 날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비에이 투어. 삿포로에서 버스로 이동하는데, 도시가 사라지고 눈밭만 남는 순간이 있었어요. 남자친구가 "이건 진짜 배경화면 감이다"라고 했는데, 솔직히 저도 같은 생각이었거든요. 카메라를 꺼내기도 전에 눈이 먼저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첫 스팟인 준페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따뜻한 수프를 마셨어요. 구글 평점 4.8인 이유를 한 숟갈에 알겠더라고요. 홋카이도 식재료로 만든 가정식인데, 추위에 얼어붙었던 몸이 녹으면서 마음까지 풀어지는 그런 따뜻함이었어요. 서로 마주 보고 수프를 마시면서 동시에 "여기 오길 잘했다"고 말했던 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크리스마스 나무 앞에서, 매년 겨울에 오자고 했어요
흰수염폭포는 겨울에 반쯤 얼어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는데,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면 코발트블루 색 물이 하얀 눈 사이로 흐르는 게 정말 신비로워요. 자연이 만들어낸 색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그 유명한 크리스마스 나무. 끝없는 눈밭 한가운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건데, 실제로 보면 마음이 몽글해져요. 화려한 게 아닌데 왜 이렇게 감동적인 걸까요.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었는데, 남자친구가 "매년 겨울에 여행 오자"고 했어요. 눈밭 위에서 하는 약속이라니 — 좀 영화 같지 않아요? 사계채의 언덕에서 나눠 먹은 동구리(팥이 들어간 따뜻한 만주 같은 거예요)도 추운 날이라 더 맛있었어요.
징기스칸을 먹으며 깨달은 것
삿포로 시내로 돌아와서 저녁은 징기스칸. 돔 모양 철판에서 양고기를 구워 먹는 홋카이도의 대표 음식이에요. 아라타나루 본즈라는 가게였는데, 양고기 잡내가 거의 없어서 양고기가 처음인 분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거예요.
맞은편에서 고기를 구워주는 남자친구를 바라보면서 문득 생각했어요. 행복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랑 맛있는 걸 나눠 먹는 이 시간 자체가 아닐까요. 니카상 포토존에서 커플 사진도 찍고, 편의점에서 간식을 잔뜩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어요.
겨울 삿포로는 춥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가까이 붙게 되는 곳이에요. 손을 잡게 되고, 함께 웅크리게 되고, 따뜻한 것을 나누게 되니까요. 커플 겨울 여행지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삿포로를 진심으로 추천해요. 이보다 완벽한 겨울 로맨스 배경은 아직 찾지 못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