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메시란? — '나고야 음식'이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
일본에서 도쿄, 오사카 다음으로 큰 도시지만 여행지로는 좀 저평가받는 도시가 있다. 바로 나고야다. 그런데 먹는 것 하나만큼은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나고야에는 나고야메시(名古屋めし)라는 단어가 따로 있다. '나고야 음식'이라는 뜻인데, 일본에서 특정 도시 이름을 붙인 음식 카테고리가 생길 정도면 말 다 했지 않나. 히쓰마부시, 미소카츠, 테바사키, 키시멘, 텐무스, 앙카케 스파게티, 오구라 토스트… 독자적인 식문화로 똘똘 뭉쳐있다.
이번 글에서는 나고야를 여행하는 분들이 꼭 먹어봐야 할 나고야메시 10가지 + 추천 식당을 전부 정리했다. 관광지 한 바퀴보다 이 리스트 하나가 나고야 여행의 핵심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① 히쓰마부시 — 장어 한 마리, 세 가지 방법으로 먹기
히쓰마부시(ひつまぶし)는 나고야 음식 중 단연 1순위로 꼽히는 메뉴다. 민물장어를 카바야키(蒲焼き) 방식으로 바삭하게 구워낸 다음, 작은 나무통(오히쓰)에 밥과 함께 담아 나온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눠 먹는 게 진짜 맛이다.
- 첫 번째 그릇: 그냥 밥에 장어를 얹어서 먹는다. 장어 본연의 맛.
- 두 번째 그릇: 파, 와사비, 김 등의 야쿠미(薬味)를 올려 먹는다. 향이 더해진다.
- 세 번째 그릇: 다시 국물을 부어 오차즈케(お茶漬け) 스타일로. 이게 가장 독특하다.
- 네 번째: 이건 개인 취향으로, 위 세 가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마무리.
나고야의 오래된 상인마을 시케미치(四間道)에 위치한 시바후쿠야(芝福屋)는 일본 맛집 사이트 타베로그에서 선정한 100대 민물장어 맛집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장어의 품질이 월등하고, 양념의 밸런스, 굽는 정도 모두 흠잡을 데 없다는 후기가 많다. 가격은 한 인분 3,500~5,000엔대지만 경험값으로는 충분히 납득된다.
💡 꿀팁: 히쓰마부시는 점심에 줄이 길다. 개장 직후(11시~11시 30분)나 오후 2시 이후 방문하면 대기가 줄어든다. 시케미치 산책을 함께 계획하면 동선이 딱 맞는다.
② 미소카츠 — 나고야 된장 소스가 바꿔놓은 돈카츠
돈카츠에 된장 소스? 처음 들으면 조금 낯설다. 근데 먹으면 완전히 이해된다. 미소카츠(味噌カツ)는 나고야 지역 특산 된장인 하치초 미소(八丁味噌)를 베이스로 만든 진한 소스를 돈카츠 위에 듬뿍 올린 음식이다. 짭짤하고 감칠맛이 농축된 소스가 돼지고기 튀김과 어울리는 게, 처음에는 꼬릿하거나 쿵쿵할까봐 걱정했다가 한 입 먹으면 걱정이 싹 사라진다.
나고야에서 미소카츠로 가장 유명한 체인이 야바톤(矢場とん)이다. 나고야역, 사카에, 나고야 상점가 등 주요 거점에 다수 입점해 있어 접근성도 좋다. 대표 메뉴인 와라지 미소카츠(わらじみそかつ)는 짚신처럼 큼직한 고기 두 장이 올라와 양도 푸짐하다.
- 야바톤 나고야역점: 나고야역 바로 인근, 쇼핑몰 타카시마야 안에도 있어 접근 편리
- 점심 세트: 미소카츠 정식 1,200~1,800엔대 (밥·된장국 포함)
- 포인트: 소스를 추가 요청하면 더 듬뿍 줌
⚠️ 주의: 야바톤 본점(야바초 本店)은 주말 점심에 30~60분 대기가 기본.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나고야역 지점을 추천한다.
③ 나고야 코친 — 명품 닭 한 마리가 만드는 황홀한 오야코동
나고야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나고야 코친(名古屋コーチン)이라는 닭 품종이 있다. 쫄깃하고 감칠맛이 강한 명품 닭으로, 이 닭으로 만든 음식이라면 뭐든 퀄리티가 달라진다.
나고야 코친 슌사이 이치오(名古屋コーチン旬彩いち緒)는 이 닭으로 만든 거의 모든 요리를 내놓는 전문 식당이다. 미즈타키 전골, 야키토리, 그리고 오야코동(親子丼)이 대표 메뉴다. 특히 오야코동은 탱글탱글한 나고야 코친 살과 촉촉하고 부드러운 달걀의 조합이 일품이다. 일본 여행 중 먹은 오야코동 중 최고라는 평이 많다.
- 오야코동 1,500~2,000엔대
- 야키토리 코스도 인기 — 부위별로 돌아가며 나오는 방식
④ 앙카케 스파게티 — 나고야가 발명한 이상한(근데 맛있는) 파스타
스파게티인데 스파게티가 아니다. 앙카케 스파게티(あんかけスパゲッティ)는 나고야에서 탄생한 독자적인 음식으로, 이름만 스파게티지 만드는 법도, 생김새도, 맛도 완전히 다르다. 굵은 면에 매콤한 후추 향이 가득한 묵직한 소스를 얹어 먹는 스타일이다.
원조집으로 알려진 스파게티 하우스 요코이(スパゲッティハウス ヨコイ)에서 한번 먹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매콤하되 달지도 새콤하지도 않고, 묵직하면서도 밸런스가 있어서 스파게티라는 선입견만 내려놓으면 충분히 맛있다.
💡 꿀팁: 앙카케 스파게티는 나고야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메뉴. 밀라네즈(미트소스 계열)와 스탠다드 토마토 계열 외에도 다양한 토핑 조합이 있으니 메뉴판 꼼꼼히 살펴볼 것.
⑤ 키시멘 — 납작하고 부드러운 나고야식 면
키시멘(きしめん)은 우리나라 칼국수처럼 넓적하고 편편한 면이 특징인 나고야 향토 음식이다. 두꺼운 우동면과 달리 납작하고 매끄러워서 육수가 잘 배어든다. 우동 육수 베이스, 된장 육수 베이스 등 다양하게 변주된다.
나고야역 구내에 있는 에키카마키시멘(驛釜きしめん)은 역 안 식당이라는 기대치 낮게 들어갔다가 의외로 진짜 맛있었다는 후기가 많은 곳이다. 빠르게 나오고, 역 이동 동선에서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실용적인 장점도 있다. 나고야역 신칸센 플랫폼 인근에 위치해 있어 도착/출발 전후로 들르기 딱 좋다.
⑥ 테바사키 — 나고야식 닭날개 튀김, 한 번 먹으면 포장까지 하고 싶어지는
테바사키(手羽先)는 나고야 이자카야 어디를 가도 빠지지 않는 메뉴다. 닭날개를 바삭하게 튀겨 후추와 짭짤한 양념을 입힌 안주로, 간단해 보이지만 맛은 중독적이다. 나고야 여행 때마다 시간이 없어도 포장해서라도 꼭 챙긴다는 사람들이 많다.
테바사키 전문 체인 세카이노 야마짱(世界の山ちゃん)이 가장 유명하다. 간판 메뉴인 마보로시노 테바사키(幻の手羽先)는 후추향이 강렬하면서 짭짤한 양념이 특징. 테바사키뿐 아니라 나고야메시 전반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이자카야 형태라, 일행이 여럿이라면 이곳 한 곳에서 나고야 음식을 두루 경험하기 좋다.
- 테바사키 5개 기준 500~700엔대
- 나고야역, 사카에 주변 다수 지점 운영
- 예약 없이 가면 저녁 시간대 대기 발생 가능
⑦ 텐무스 — 주먹밥 안에 새우튀김이 들어가 있다고요?
처음 들으면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직접 먹어보면 이게 왜 나고야 명물인지 바로 이해된다. 텐무스(天むす)는 새우튀김(에비텐)을 넣어 만든 주먹밥이다. 흰 쌀밥 + 짭짤한 새우튀김, 딱 이 조합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먹으면 맛있다. 소박한 맛의 무서움이다.
원조 가게 중 하나인 생주(千寿)가 이 텐무스를 나고야뿐 아니라 전국 인지도의 음식으로 끌어올린 곳이다. 다만 이 텐무스를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지 않아서, 대부분 테이크아웃으로 사가는 방식이다. 간식으로 들고 다니며 먹기에도 딱 좋다.
💡 꿀팁: 텐무스는 편의점에서도 파는 곳이 있는데, 원조 가게 것과 맛이 확연히 다르다. 나고야 방문했다면 제대로 된 가게에서 사는 걸 추천.
⑧ 나고야식 카레우동 — 닭육수 베이스의 독자적인 카레 문화
일본 카레우동은 보통 우동 육수에 카레를 섞는 방식인데, 나고야는 다르다. 나고야식 카레우동은 카레우동만을 위한 닭육수를 따로 만들고 거기에 향신료를 블렌딩하는 방식으로 준비한다. 덕분에 향신료 향이 은은하고, 크리미하면서도 산뜻한 카레가 납작한 우동 면과 잘 어우러진다.
생키치(千吉)는 나고야식 카레우동 전문점으로, 현지인들이 꾸준히 찾는 곳이다. 처음 방문한다면 기본 카레우동부터 시작해보자. 향신료 쓰는 방식이 일반 카레와 달라서 좀 더 복잡하고 깊은 맛이 난다.
⑨ 오구라 토스트 & 나고야 모닝 — 커피 한 잔에 아침이 따라오는 문화
나고야에는 모닝 서비스(モーニング)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아침에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하면 토스트와 삶은 달걀 같은 간단한 음식이 무료로 따라오는 시스템이다. 이게 나고야에서 특히 발달해서 '나고야 모닝'으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오구라 토스트(小倉トースト)는 나고야 모닝의 상징이다. 버터를 바른 두꺼운 토스트 위에 오구라 팥소(小倉あん)를 올려 먹는 것인데, 달콤한 팥과 짭짤한 버터, 바삭한 토스트의 조합이 의외로 잘 맞는다.
커피하우스 카코(コーヒーハウス かこ)에서는 토스트 위에 팥소, 생크림, 수제 과일잼을 함께 얹은 샹티 루즈 스페셜 메뉴를 판다. 달콤한 조합이 과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세 가지가 의외로 잘 어우러져 굉장히 만족스럽다는 후기가 많다.
- 모닝 서비스는 보통 오전 7~11시 운영
- 커피 주문 시 오구라 토스트 or 달걀 선택 가능한 곳이 많음
- 가격은 커피 한 잔 값(500~700엔)에 모닝 포함
💡 꿀팁: 나고야 모닝은 체인 카페보다 동네 킷사텐(喫茶店, 오래된 찻집)이 더 풍성한 경우가 많다. 숙소 근처의 동네 카페를 먼저 살펴보자.
⑩ 나고야 코친 야키토리 — 명품 닭을 불에 구워내면
마지막은 야키토리다. 나고야 코친으로 만든 야키토리는 일반 닭과 확실히 다르다. 살이 탱탱하고 육즙이 풍부해서 숯불에 구웠을 때 향이 더 강하게 살아난다. 토리파(鳥パ)는 나고야역 인근의 야키토리 전문점으로, 나고야 코친을 이용한 다양한 부위 야키토리를 맛볼 수 있다.
야키토리 전문점이라 분위기 자체가 캐주얼하고, 이자카야처럼 가볍게 한잔 곁들이며 먹기 좋다. 나고야 코친 야키토리는 나고야메시 정식 카테고리는 아니지만, 한번 먹으면 다시 찾게 된다.
나고야메시 핵심 정리 — 이것만 챙겨도 충분
- 🍣 히쓰마부시 — 장어를 3가지 방식으로, 나고야 최고급 식경험 (추천: 시바후쿠야)
- 🍖 미소카츠 — 된장 소스 돈카츠, 처음 가면 무조건 야바톤 (나고야역점 실용적)
- 🐔 나고야 코친 오야코동 — 명품 닭으로 만든 오야코동의 새 기준
- 🍝 앙카케 스파게티 — 스파게티인 척하는 나고야 로컬 음식 (원조: 요코이)
- 🍜 키시멘 — 납작한 면발, 역 안에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음
- 🍗 테바사키 — 중독성 강한 닭날개 튀김, 포장해서라도 먹기 (세카이노 야마짱)
- 🍙 텐무스 — 새우튀김 주먹밥, 소박하지만 맛의 비밀이 있다
- 🍛 나고야식 카레우동 — 닭육수 베이스, 일반 카레우동과 전혀 다른 맛
- ☕ 오구라 토스트 + 나고야 모닝 — 커피 한 잔값에 아침이 따라온다
- 🔥 나고야 코친 야키토리 — 명품 닭의 진가는 불에 구울 때
📝 한줄 요약: 나고야는 '모르면 지나치는 도시, 알면 반드시 다시 오는 도시'다. 도쿄·오사카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먹는 즐거움만큼은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다. 나고야메시 리스트 하나 들고 하루 이틀만 제대로 먹어봐라. 생각보다 훨씬 맛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