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늘 규슈 일정에서 빠졌던 그 도시
후쿠오카 가는 비행기 예약창을 열 때마다 옆 칸에 있던 도시 이름이 미야자키였다. 오키나와도 아니고, 후쿠오카도 아닌 애매한 자리. 그런데 막상 가보면 다르다. 태평양을 향해 열려 있는 해안선, 절벽 동굴에 내려앉은 신사, 남국 분위기가 나는 야자수 거리. 서울에서 직항으로 두 시간이 채 안 걸리는데도 왜 이렇게 덜 알려져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규슈 남동쪽 끝, 미야자키현의 현청 소재지인 미야자키 시(宮崎市)는 연간 일조량이 일본 최고 수준이다. 덕분에 농산물이 진하고, 망고가 나고, 야자나무가 가로수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가 있고, 그 길 중간마다 신사와 전망대와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 복제품이 놓여 있다. 조금 이상한 조합인데, 이상하게 잘 어울린다.
어떻게 가나
- 서울 → 미야자키: 인천에서 미야자키 공항(KMI)까지 직항 약 1시간 40분. 진에어·이스타·티웨이 등이 운항한다.
- 도쿄(하네다·나리타) → 미야자키: JAL·ANA·솔라시드에어·젯스타 운항. 약 1시간 50분. 젯스타 기준 편도 5,760엔~(조기 예약 시).
- 공항 → 미야자키 역: JR 미야자키 공항선으로 10분, 360엔. JR 패스 이용 가능. 셔틀버스는 25분, 490엔.
- 시내 이동: 미야자키 역이 허브. 주요 관광지는 버스로 접근 가능하지만 배차 간격이 길다. 니치난 해안 전체를 돌려면 렌터카가 답이다.
- 버스 패스: 미야자키 역 관광안내소에서 '미야자키 시내 버스 1일권'(700엔, 주말·공휴일 한정) 판매. 아오시마·우도 신궁행 버스를 타려면 '니치난 해안 버스 패스'도 체크.
💡 렌터카 팁: 공항과 미야자키 역 양쪽에 렌터카 업체가 있다. 토요타·닛산·타임즈. 니치난 해안 일대를 하루에 다 보려면 오전 9시 이전에 픽업하는 게 좋다. 아오시마 → 우도 신궁 → 선멧세 → 오비 성하 마을까지 약 60km, 중간중간 들르면 꽉 찬 하루다.
아오시마 섬과 도깨비 빨래판
미야자키 역에서 버스로 50분, 혹은 JR 니치난선으로 아오시마 역에서 내려 10분 걷거나. 야요이 다리를 건너면 거기서부터가 아오시마(青島)다. 지름 1.5km짜리 아담한 섬인데, 열대·아열대 식물 2,200종이 자라는 자연 정원이라는 게 공식 설명이고, 실제로 들어가면 숲이 제법 짙다.
섬 안에 아오시마 신사(青島神社)가 있다. 연분·인연의 신사로 알려져 있고, 경내에는 소원 적은 에마(絵馬)가 빽빽하다. 본당이 작아서 금방 돌아보는데, 신사 자체보다 여기까지 오는 길목과 주변 해안이 볼만하다.
아오시마 섬 둘레 해안을 두르고 있는 '도깨비 빨래판(鬼の洗濯板)'이 진짜 구경거리다. 파도에 침식된 사암층이 세로로 패어 물결 모양 돌계단처럼 펼쳐진다. 썰물 때 걷기 좋고, 사진이 잘 나온다. 일본 지질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지형이라 이름이 붙어 있다.
- 입장료: 무료
- 개장 시간: 오전 6시 ~ 일몰
- 주소: 宮崎市青島2-13-1
- 가는 법: JR 니치난선 아오시마 역에서 도보 10분, 또는 미야자키 역 버스터미널에서 아오시마 방면 버스
⚠️ 주의: 도깨비 빨래판은 썰물 때 접근 가능하다. 만조 시간대를 확인하고 방문할 것. 미끄러우니 샌들보다 운동화 추천.
니치난 해안 드라이브 — 호리키리 고개와 선멧세
아오시마에서 남쪽으로 차로 달리기 시작하면 니치난 해안이다. 국도 220호선이 태평양을 끼고 뻗어 있다. 왼쪽으로 바다, 오른쪽으로 산. 날이 좋으면 수평선이 선명하다. 중간에 멈추는 포인트가 몇 군데다.
호리키리 고개(堀切峠)는 전망대다. 차에서 내려 5분이면 되는데, 태평양을 정면으로 내려다보는 뷰가 나온다. 바로 옆 미치노에키 피닉스(道の駅フェニックス) 휴게소에서 망고맛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판다. 미야자키 망고를 쓰는 건 아니지만, 해안 뷰를 보면서 먹는 거라 분위기가 반이다. 가격은 500엔 안팎.
선멧세 니치난(サンメッセ日南)은 이스터섬이 공식 승인한 모아이 석상 7기가 서 있는 곳이다. 원본 1:1 복원이고, 나머지 태평양을 배경으로 줄지어 서 있다. 사실 좀 뜬금없는 조합인데, 이 뜬금없음이 오히려 재밌다. 입장료 1,000엔, 주변 잔디밭이 넓어서 쉬어가기 좋다.
우도 신궁 — 절벽 동굴 속 붉은 신사
니치난 해안의 하이라이트다. 미야자키 시에서 남쪽으로 약 40km, 렌터카로 40~50분. 버스로는 미야자키 역에서 90분에 편도 1,570엔. 조금 멀지만, 한 번은 가야 한다.
주차장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붉은 도리이가 나오고, 절벽 옆을 따라 걷다 보면 갑자기 동굴 입구가 열린다. 동굴 안쪽에 우도 신궁(鵜戸神宮)이 있다. 바위 지붕 아래 붉게 칠한 본당이 서 있고, 동굴 밖으로는 태평양이 보인다. 파도 소리가 동굴을 채운다.
신사 창건은 무려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초대 천황 진무(神武天皇)의 아버지 야마사치히코를 모신다. 동굴 안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임신·출산·수유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고, 부부·연인에게 좋은 기운이 온다는 신사로도 유명하다.
운다마(運玉)라는 작은 흙공이 있다. 입장료 없이 운다마를 사서(유료), 절벽 아래 바위 위 타깃에 던져 넣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다. 남자는 왼손, 여자는 오른손으로 던진다. 생각보다 어렵다.
- 입장료: 무료 (운다마 별도 유료)
- 개장 시간: 오전 6시 ~ 오후 6시 (연중무휴)
- 가는 법: 미야자키 역 버스터미널에서 '우도 신궁' 행 버스, 90분, 편도 1,570엔. 렌터카: 미야자키 시에서 약 40분.
오비 성하 마을 — 규슈의 작은 교토
우도 신궁에서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니치난 시(日南市) 안쪽에 오비(飫肥)라는 마을이 있다. '규슈의 작은 교토'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에도 시대 성하 마을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고, 돌담과 무사 가옥, 옛 상점 거리가 걸어다닐 만한 규모로 정비되어 있다.
오비 성(飫肥城)은 천수각 없이 성벽과 정원만 남아 있는데, 그 넓이가 제법 된다. 매표소에서 '아지마와리(あじまわり)' 쿠폰을 구매(800엔)하면 주변 관광시설을 돌아볼 수 있다. '오비 텐푸라(飫肥天)'라는 어묵 튀김이 이 마을 명물 먹거리다. 생선 반죽에 두부와 흑설탕을 넣고 튀긴 것인데, 달달하고 부드럽다.
💡 렌터카로 왔다면 오비까지 세트로 묶으면 된다. 아오시마 → 호리키리 고개 → 선멧세 → 우도 신궁 → 오비 순으로 달리면 하루 일정이 꽉 찬다. 돌아올 때는 같은 해안선을 역방향으로 달리거나 내륙 도로를 타도 된다.
치킨난반 — 미야자키가 만들어낸 맛
미야자키를 대표하는 음식이 치킨난반(チキン南蛮)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1950년대 말, 노베오카(延岡) 시의 한 식당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게 정설이다. 닭고기를 튀겨서 새콤달콤한 난반즈케(南蛮漬け, 식초·간장·설탕 소스)에 적신 것이 오리지널.
미야자키 시내에서 '아지의 오구라 본점(味のおぐら 本店)'이 치킨난반의 전국화를 이끈 집으로 유명하다. 여기서 타르타르 소스를 얹는 버전을 대중화했다. 지금은 타르타르 소스 없는 치킨난반을 상상하기 어렵게 됐다. 메뉴판에 'チキン南蛮'라고 쓰여 있고, 1,000~1,400엔 사이.
한편 오리지널 방식을 고집하는 집도 있다. 노베오카의 '간소 치킨난반 나오짱(元祖チキン南蛮 直ちゃん)'이 그 집이다. 타르타르 없이, 난반 소스만으로 먹는 닭튀김. 둘 다 틀리지 않았고, 둘 다 맛있다.
- 아지의 오구라 본점: 宮崎市橘通西3-4-24. 영업 11:00~21:00(라스트오더 20:30). 화요일 정기휴무.
- 치킨난반 가격대: 시내 일반 식당 기준 1,000~1,500엔. 정식 세트(밥·된장국 포함)는 1,200~1,800엔.
미야자키 역 주변 어느 정식집에서든 치킨난반을 메뉴에 올리고 있다. 지역 패밀리레스토랑 '구이몽가이(くいもん家)' 계열에서도 제법 잘한다. 공항 3층 식당가에서도 먹을 수 있으니 귀국 직전 마지막으로 한 그릇 먹고 가도 된다.
태양의 알 — 미야자키 망고
미야자키 망고(宮崎マンゴー)는 일본 전국 망고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태양의 알(太陽のタマゴ)'이라는 브랜드가 최고급이다. 무게 350g 이상, 당도 15% 이상, 빨간 착색이 규정 이상인 망고에만 붙이는 브랜드다.
수확은 4월부터 8월 사이. 6~7월이 피크다. 지금이 딱 제철이라는 뜻이다. 잘 익은 태양의 알은 껍질이 진한 자줏빛에서 붉은 불꽃색으로 물들고, 과육은 섬유 없이 매끄럽고 달다. 나무에서 떨어지면 수확하는 방식이라 완숙도 보장이 된다.
가격이 높다. 선물용 단품 1개에 5,000~30,000엔까지 간다. 그냥 먹으려면 망고 파르페나 망고 스무디로 접근하는 게 현실적이다.
- 후르츠 오노(フルーツ大野): 宮崎市橘通西4-4-25. 망고 파르페·컷 망고. 제철엔 태양의 알 통째 구매도 가능. 영업 10:00~19:00.
- 미야자키 역 아뮤 플라자(AMU PLAZA 宮崎): B1~지하 식품관에서 망고 젤리·망고 과자류 구매 가능. 공항 면세 구역에서도 망고 관련 토산품 다양.
- 공항 내 카페: 미야자키 공항 2층 카페에서 제철 한정 망고 파르페(1,500~2,000엔 선) 판매.
💡 미야자키 망고는 여름 한정이다. 9월 이후엔 신선 망고를 구하기 어렵다. 7월에 가면 제철 피크가 끝나가는 시점이니, 6월 말~7월 초가 타이밍이다. 가공품(잼·젤리·소프트크림)은 연중 구할 수 있다.
니시타치 — 미야자키의 밤
미야자키 시 중심부, 미야자키 역에서 걸어서 10~15분 거리에 니시타치(ニシタチ)라는 환락가가 있다. 한 블록 안에 이자카야·바·스낵·클럽이 밀집해 있다. 규슈 도시들 중에서도 유흥문화가 진한 편이라는 이야기가 있고, 현지인들이 오래 즐겨온 밤 거리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이자카야 하나 골라 들어가서 지토(地鶏, 미야자키 지역 닭 품종) 야키토리와 쇼추 한 잔 마시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미야자키 지토(宮崎地鶏)는 닭다리살이 탄탄하고 풍미가 진하다. 주로 숯불에 올려 구워낸다.
- 지토 야키토리: 1꼬치 200~400엔. 오비 성하 마을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미야자키 시내 이자카야에서도 대부분 취급한다.
- 쇼추: 미야자키현은 이모쇼추(고구마 소주) 산지다. 운카이(雲海)가 미야자키 대표 브랜드. 이자카야에서 잔 하나에 500~700엔.
실용 정보
- 최적 방문 시기: 4~10월. 여름(7~8월)이 덥고 습하지만 해수욕과 망고 제철이 겹친다. 5~6월이 장마+초여름이라 변수가 있고, 가을(9~10월)은 날씨가 안정적이다.
- 여행 일수: 당일치기보다 1박 2일이 여유롭다. 아오시마와 니치난 해안을 제대로 보려면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
- 숙소: 미야자키 역 주변에 비즈니스 호텔 집중. 아파호텔·도미인·컴포트호텔 계열. 리조트를 원하면 씨가이아(シーガイア) 리조트가 있다. 바다 바로 앞이고 온천도 있다.
- 인터넷: 공항에서 포켓와이파이 대여 가능. 미야자키 역 주변에서 SIM 구매도 된다.
- 통화: 엔화 현금이 시내 일부 가게에서 필요. 주요 호텔·레스토랑은 카드 가능.
📝 추천 1박 2일 동선
Day 1: 미야자키 공항 도착 → 아오시마 섬(도깨비 빨래판) → 니치난 해안 드라이브(호리키리 고개·선멧세) → 미야자키 시내 체크인 → 니시타치에서 지토 야키토리와 이모쇼추
Day 2: 오전 우도 신궁 → 오비 성하 마을(오비 텐푸라) → 미야자키 시내 치킨난반 점심 → 후르츠 오노에서 망고 파르페 → 미야자키 공항 출발
미야자키는 규슈에서 가장 덜 알려진 도시일지 모른다. 그 덕분에 붐비지 않는다. 아오시마의 도깨비 빨래판을 혼자 걷고, 우도 신궁 동굴 안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면, 왜 여기가 일조량 1위인지 알게 된다. 밝고, 뜨겁고, 맛있는 도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