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에서 페리를 타면 딱 5분이에요. 5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순간 바로 다른 세계가 펼쳐지거든요. 사슴들이 먼저 마중 나와 있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주홍빛 도리이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솔직히 말하면 숨이 잠깐 멈췄어요. 미야지마는 그런 곳이에요. 관광지라는 걸 알면서도, 막상 서 있으면 "신들의 섬"이라는 별명이 과장이 아니었다는 걸 느끼게 되는 곳.
미야지마, 어떤 곳인가요?
미야지마(宮島)는 히로시마현 하쓰카이치시에 속한 작은 섬으로, 정식 이름은 이츠쿠시마(厳島)예요. 미야지마는 "신사의 섬"이라는 뜻의 별칭인데, 지금은 이 이름이 훨씬 더 익숙하죠. 섬 전체가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져서, 예전에는 섬 안에서의 출산과 매장이 금지됐을 정도예요.
일본의 3대 절경(日本三景)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에요. 나머지 둘은 마쓰시마(宮城)와 아마노하시다테(京都)인데, 그 중에서도 미야지마는 특히 바다와 신사, 도리이가 만들어내는 조화 때문에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요.
- 📍 위치: 히로시마현 하쓰카이치시 미야지마쵸
- ⛴️ 이동: 미야지마구치역에서 페리 약 10분 (JR 서일본 페리 또는 히로덴 페리)
- ⏰ 추천 체류 시간: 당일치기 6~8시간 또는 1박 2일
- 💴 입도 요금: 없음 (페리 요금만 편도 약 200엔, JR 패스 소지 시 JR 페리 무료)
⛴️ 어떻게 가나요? JR 패스가 있으면 페리도 무료
히로시마역에서 JR 산요선을 타고 미야지마구치역까지 약 26분. 거기서 도보 10분이면 JR 페리 선착장에 닿아요. JR 패스(전국판 또는 간사이-히로시마 에어리어 패스)가 있다면 JR 서일본 페리는 무료로 탈 수 있어요. 패스가 없으면 히로덴 전차로 미야지마구치역까지 와서 히로덴 페리(편도 약 200엔)를 타면 돼요.
배에서 내리면 오모테산도 쇼핑 거리로 이어지는 선착장이 나와요. 페리 선착장 바로 앞에서부터 사슴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여기 사슴은 나라의 사슴과 달리 절대 먹이를 줘서는 안 돼요. 먹이를 주면 물건을 빼앗거나 달려들기도 하거든요—이미 인간과 꽤 친해진 상태라 가방이나 지도를 슬쩍 가져가기도 해요 ㅋㅋ.
⛩️ 이츠쿠시마 신사 — 바다 위에 세워진 세계유산
미야지마의 심장이에요. 이츠쿠시마 신사(厳島神社)는 12세기 헤이안 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신사로, 본전을 포함한 주요 건물이 모두 바다 위에 기둥을 박고 세워져 있어요.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참배료는 어른 기준 300엔이에요.
신사 본전을 걷다 보면 발밑으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걸 볼 수 있는데, 썰물 때는 드러난 갯벌을 맨발로 걸을 수 있고, 만조 때는 신사 전체가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요. 두 모습 모두 다 다른 느낌으로 아름다워요—만조 때의 신비로움이 더 유명하지만, 썰물 때 오토리이 가까이 걸어가는 경험은 만조 때와 또 다른 종류의 감동이에요.
- 🕐 개관: 연중무휴, 시즌에 따라 개관 시간 상이 (대략 6:30~18:00 전후)
- 💴 참배료: 어른 300엔, 고교생 200엔, 초중생 100엔
- 🌊 조석 정보: 히로시마 관광 공식 사이트에서 당일 조석 시간 확인 추천
🗼 오토리이 — 바다 위에 떠 있는 주홍 도리이
미야지마의 상징이자,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도리이 중 하나예요. 오토리이(大鳥居)는 신사 앞 바다에 세워진 대형 도리이로, 높이 16.6m, 무게 약 60톤이에요. 해수면에서 솟아오른 것처럼 보이는 구조가 압도적이에요.
썰물 때는 오토리이 바로 앞까지 걸어갈 수 있어요. 도리이 기둥 밑에 서면 규모가 실감 나는데, 그 순간이 정말 묘하게 마음에 오래 남아요. 만조 때는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석양이 질 무렵의 실루엣은 사진으로 담기 힘들 만큼 아름다워요—당일치기로 가도 이 시간대를 맞출 수 있으면 최고예요.
🏯 센조카쿠와 고주노토 —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흔적
신사 옆 언덕에 있는 센조카쿠(千畳閣)는 1587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건축을 명한 커다란 목조 건물이에요. "천 개의 다다미가 깔릴 수 있을 만큼 넓다"고 해서 센조카쿠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히데요시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어요. 바닥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섬 전체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묘하게 좋아요.
센조카쿠 바로 옆에는 빨간 오층 목탑 고주노토(五重塔)가 있어요. 1407년 건립된 탑으로, 배경이 되는 바다·신사와 함께 찍으면 미야지마에서 가장 "엽서다운" 사진이 나오는 스팟이에요.
- 💴 관람료: 센조카쿠 어른 100엔
🛕 다이쇼인 사원 — 100개의 부처와 108개의 번뇌
다이쇼인(大聖院)은 미야지마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불교 사원으로, 806년 홍법대사 구카이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져요. 입구부터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계단 난간에는 손으로 돌릴 수 있는 마니차(경전이 새겨진 원통형 수레)가 줄지어 있어요. 돌리면서 올라가면 그 숫자만큼 공덕을 쌓을 수 있다고 해요.
경내 곳곳에 다양한 표정의 부처상과 나한상이 있어요. 밖으로 보이는 바다 뷰와 함께 조용히 앉아 있으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아요. 무료 입장이고, 신사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예요.
- 💴 무료 입장
- ⏰ 08:00~17:00
🏔️ 미센산 — 섬의 최고봉에서 바라보는 세토 내해
미야지마의 최고봉인 미센(弥山, 535m)까지는 로프웨이로 올라갈 수 있어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세토 내해는 섬들이 점점이 박힌 게 그림 같아요. 구름이 없는 날에는 히로시마 시내까지 보여요.
로프웨이는 두 구간으로 나뉘어요—간야다니(鹿ノ谷) 역까지 첫 번째, 이후 시시이와(獅子岩) 역까지 두 번째 구간. 시시이와 역에서 정상까지는 도보로 약 30분이에요. 다리가 부담스럽다면 시시이와 전망대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뷰를 즐길 수 있어요.
- 🚡 로프웨이 요금: 왕복 어른 2,000엔 (2026년 기준)
- ⏰ 운영: 09:00~17:00 (계절에 따라 변동)
- 📍 매표소: 가야다니 로프웨이 역 (모미지다니 공원 안)
🍁 모미지만주 — 미야지마 기념품의 절대 강자
미야지마에 왔다면 무조건 먹어야 하는 것, 모미지만주(もみじまんじゅう)예요. 단풍잎 모양의 카스텔라 과자로, 안에 팥앙금이 들어 있어요. 1900년대 초반부터 미야지마에서 팔려온 전통 과자인데, 지금은 녹차·크림치즈·초콜릿 등 다양한 맛이 생겼어요.
오모테산도 거리에 있는 야마다야(やまだ屋) 같은 가게에서는 직접 구워보는 체험도 할 수 있어요.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틀에 반죽을 넣어 구우면, 약 3분 만에 따끈따끈한 모미지만주가 완성돼요. 가격은 체험 포함 약 500~600엔 정도. 갓 구운 건 겉은 바삭, 속은 폭신해서 완전 다른 맛이에요.
- 💰 가격: 낱개 130~160엔, 8개입 박스 약 900~1,200엔
- 🍫 추천 맛: 크림치즈, 초콜릿 (기본 팥도 정석으로 맛있어요)
🦪 굴 요리 — 히로시마가 일본 최대 산지
미야지마와 히로시마가 속한 세토 내해는 일본 굴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최대 산지예요. 그래서 미야지마 오모테산도에서는 굴 구이, 굴 덮밥(카키동), 굴 튀김 등 다양한 굴 요리를 만날 수 있어요.
거리를 걷다 보면 숯불에 굽는 굴 향이 솔솔 나는데, 1개 200~300엔 정도예요. 일본산 굴이라 크기도 크고 통통해요. 처음 먹어보는 분도 구운 굴은 비교적 도전하기 쉬워요—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탱글해요.
점심으로 제대로 먹고 싶다면 아나고(穴子, 붕장어) 도시락이나 아나고 덮밥도 미야지마 명물이에요. 히로시마산 붕장어는 세토 내해 특산품으로, 부드럽고 달콤한 간장 조림 맛이에요. 오모테산도 안쪽 식당가에 여러 집이 있어요.
🍙 오니기리 — 현지 특산물로 만든 로컬 주먹밥
오모테산도에서 현지 식재료로 만든 주먹밥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있어요. 인기 필링은 굴+올리브유, 히로시마산 붕장어, 히가시히로시마 쌀로 만든 매실 절임 등이에요. 굴+올리브유 주먹밥은 "이게 이렇게 잘 어울리나?" 싶을 만큼 신선하고 담백해요. 한 개 200~350엔 정도로 부담 없이 시식할 수 있어요.
🚶 오모테산도 쇼핑 거리 — 미야지마판 하라주쿠
페리 선착장에서 이츠쿠시마 신사까지 이어지는 오모테산도(表参道)는 약 300m 길이의 상점가예요. 실은 도쿄 오모테산도와 이름이 같아요 (신사로 향하는 참배길을 의미하는 일반 명사라서요). 모미지만주 가게, 기념품점, 굴 구이 포장마차, 아나고 식당이 늘어서 있고, 전통 공예품인 미야지마 주걱(三味線 밥주걱)도 살 수 있어요. 굴 타쿠야키나 굴 세카이... 생각보다 다양해서 한 바퀴 돌아보는 데 30분~1시간 걸려요.
미야지마구치역 → 페리 10분 → 선착장 도착 → 오모테산도 산책 + 굴구이 시식 → 이츠쿠시마 신사 참배(300엔) → 센조카쿠·고주노토 관람(100엔) → 오니기리 or 아나고동 점심 → 로프웨이로 미센산 전망대(2,000엔) → 다이쇼인 사원 → 오모테산도에서 모미지만주 직접 굽기 체험 → 저녁 조석 맞춰 오토리이 황혼 뷰
🌅 1박을 추천하는 이유 — 저녁의 미야지마가 진짜다
당일치기로 와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그런데 가능하다면 1박을 정말 추천해요. 낮에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섬은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되거든요. 한적한 골목을 사슴들과 함께 걷고, 불 켜진 신사 건물이 바다에 반사되는 야경을 보는 것—그 고요한 순간은 미야지마가 왜 신들의 섬인지를 몸으로 이해하게 해줘요.
섬 안에는 전통 료칸과 게스트하우스가 있어요. 료칸에서 가이세키 저녁을 먹고 이른 아침 인파가 없는 신사를 걸어보는 게 미야지마 여행의 진짜 정수라고 생각해요.
- 💴 숙박 요금: 게스트하우스 1인 약 8,000~12,000엔, 료칸 1인 약 20,000엔~
🗓️ 계절별 미야지마 — 언제 가도 다른 아름다움
- 🌸 봄(3~4월): 모미지다니 공원의 벚꽃. 고주노토와 벚꽃의 조화가 인생샷 배경. 인파는 많지만 분홍색 섬이에요.
- ☀️ 여름(6~8월): 7월 페사(管絃祭)라는 섬의 가장 큰 전통 배 축제. 비교적 관광객이 많아서 이른 아침 방문을 권장.
- 🍁 가을(10~11월): 단풍. 모미지다니 공원과 다이쇼인 주변 단풍이 정말 예뻐요. 10월 말~11월 초가 절정.
- ❄️ 겨울(12~2월): 눈 쌓인 오토리이, 이츠쿠시마 신사. 인파 적고 조용해서 사진도 잘 나와요.
💡 미야지마 여행 전 꼭 알아두세요
- 🦌 사슴에게 먹이 금지 — 뺏아 먹거나 물 수 있어요. 가방을 방심하면 지도나 소지품을 물어가기도 해요.
- 💳 이츠쿠시마 신사는 현금만 받아요 (2026년 5월 기준 확인하세요).
- 🚢 JR 패스 소지 시 JR 서일본 페리는 무료로 탑승 가능 (히로시마 구간 포함 패스).
- 📵 로프웨이는 강풍 시 운행 중단. 미센 올라갈 계획이면 날씨 체크 필수.
- 🍴 굴·아나고는 오모테산도 가게들이 오후 4~5시 이후 마감하는 경우 많아요. 먹거리 목적이라면 오전~오후 2시 전에.
- ⛴️ 페리 막배 시간 확인 필수 (보통 22:00 전후, 계절에 따라 다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