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야마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사실 낯설었어요. 오사카도 도쿄도 아닌, 시코쿠섬 에히메현의 소도시. 그런데 한 번 다녀오고 나니 이 도시가 왜 일본 여행 고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도는지 완전히 이해했습니다. 전차가 달리고, 귤 향이 가득하고, 센과 치히로의 배경이 된 온천이 있는 곳. 4박 5일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만큼 꽉 찬 여행이었어요.
마쓰야마, 이런 도시예요
에히메현의 현청 소재지인 마쓰야마는 시코쿠에서 가장 큰 도시이지만, 분위기는 소도시 특유의 여유로움이 가득해요. 복고풍 시내 전차(봇찬 열차)가 오고 가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지나다니는 풍경이 첫날부터 마음을 편하게 해줬어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坊っちゃん)>의 배경이 된 도시로도 유명하고, 무엇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라는 도고 온천이 여기 있습니다.
- 위치: 일본 시코쿠섬 에히메현
- 항공: 인천 → 마쓰야마 직항 (제주항공 운항, 약 1시간 30분)
- 특산: 귤(미깡), 도미밥, 이마바리 타월, 자코텐
- 매력: 도고 온천, 마쓰야마성, 시내 전차, 귤 디저트 투어
✈️ 공항 도착하자마자 챙겨야 할 것 — 한국인 무료 혜택권
이건 정말 꼭 알고 가야 해요. 마쓰야마 공항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여권을 제시하면 한국인 여행자 전용 무료 혜택권을 발급해줍니다. 이 혜택권 하나로 마쓰야마성 입장, 리프트 왕복, 도고 온천 별관 아스카노유 입장까지 모두 무료예요. 직접 계산해보면 수천 엔은 절약되는 셈이라 절대 그냥 지나치면 안 돼요.
그리고 같은 인포메이션 센터 옆에서 공항→시내 무료 셔틀버스도 탈 수 있어요. 행선지가 오카이도역, 도고 온천역 등으로 나뉘어 있으니 본인 숙소에 맞게 탑승하면 됩니다. 제주항공 스케줄에 맞게 시간이 조정되고, 연착해도 기다려준다고 하더라고요. 공항 도착 후 이것만 챙겨도 여행 초반이 훨씬 편해집니다.
🏯 마쓰야마성 — 예쁜데 힘들다, 무료니까 간다
마쓰야마성은 시내 한복판 언덕 위에 있는 현존 천수각 12개 중 하나예요. 올라가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 도보: 시노노이 입구에서 걸어 올라가기
- 리프트: 공항 무료권 사용 가능 — 의자형 1인 리프트. 안전벨트 없고 철망 바닥이라 살짝 짜릿하지만 그 자체로 재미있어요
- 로프웨이: 평일 낮에도 20분 대기가 있을 수 있음
무료권을 리프트에 쓰면 매표소에서 왕복 티켓으로 교환해줘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 성문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나오는데, 봄에는 벚꽃이 활짝 피어 장관이 된다고 해요. 성 입장도 공항 무료권으로 가능합니다.
성 내부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해요. 슬리퍼를 신거나 양말로 다녀도 되는데, 경사가 워낙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기 때문에 슬리퍼는 비추입니다. 계단 개수 자체가 많진 않지만 하나하나의 난이도가 높아서 다 오르고 내려오면 다리가 후들후들해요. 높은 굽 신발은 절대 금지. 하지만 꼭대기 망루에서 바라보는 마쓰야마 시내와 바다 전망은 정말 멋집니다. 무료니까 가세요.
🍱 마쓰야마 첫 식사 — 도미밥(鯛めし) 정식
마쓰야마에서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 첫 번째는 도미밥이에요. 에히메식 도미밥은 두 가지 스타일이 있는데, 마쓰야마 스타일은 밥 위에 두툼한 도미 한 토막이 올라가고, 식사 후반에 따뜻한 오차즈케 육수를 부어 말아먹는 방식이에요.
도미 정식 유명 맛집은 오후 5시 30분에 문을 여는데, 5시 15분에 도착해도 이미 줄이 생기기 시작해요. 어지간한 인기 라멘집 부럽지 않은 웨이팅입니다. 메뉴는 도미 정식 한 가지라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은 게 장점이에요.
- 두툼한 도미 한 토막 + 도미회 + 각종 반찬 + 따뜻한 오차즈케 육수
- 밥에 와사비 올려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는 후기가 많아요
- 도미회는 두 조각이 아닌 두 조각을 크게 썬 것 — 입 가득 쫀득함이 가득
- 오차즈케 육수는 짭조름하고 감칠맛이 강해서, 매실이나 와사비랑 곁들이면 딱
- 소식하시는 분은 딱 적당량, 많이 드시는 분은 추가 메뉴 고려하세요
🍳 에히메 특산 — 야키부타 다마 오메시(やきとり玉飯)
마쓰야마에는 에히메만의 독특한 음식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야키부타 다마 오메시예요. 반숙 계란 두 개와 달콤짭조름한 차슈 스타일의 돼지고기가 올라간 덮밥인데, 후추의 풍미가 더해져서 생각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가격은 880엔, 카드 결제 가능해요.
도미 정식 맛집 한 블록 아래에 에이의 키친이 있는데 이곳이 유명해요. 점심 시간엔 테이블 회전이 빠른 편이라 대기가 길지 않은 것도 장점입니다.
🌊 도고 온천 — 센과 치히로 속 그 온천
마쓰야마의 하이라이트, 도고 온천입니다. 3,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일본 최고(最古) 온천이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온천 여관의 모티브가 된 곳이에요. 그냥 역사 좋아하지 않아도 이 설명 하나로 충분히 설레죠.
본관 vs 별관 아스카노유
- 도고 온천 본관: 5년 반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작년에 재개장. 고풍스러운 목조 건물 자체가 역사 유산. 가장 인기 있는 곳이라 대기가 있을 수 있어요.
- 별관 아스카노유(飛鳥乃湯泉): 한국인 여행자 무료 혜택권 대상. 2017년에 문을 연 신관으로, 전통 목조 건축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현했어요. 다다미방 휴게실이 포함된 코스도 있어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오후 3시에 갑자기 일정 사이에 끼워 넣어도 너무 좋아요. 머리 감고 화장 지우고 나오면 얼굴이 한결 개운해지고, 이후 야경 산책까지 연결하면 하루의 완성도가 올라갑니다.
🍊 에히메 귤 수도꼭지 — 에메 식탁 170
귤의 도시 에히메에는 진짜 귤이 나오는 수도꼭지 전문점이 있어요. 가장 유명하고 종류가 많은 곳이 에메 식탁 170(えひめ食卓170)입니다. 도고 온천 근처에 있어서 온천 후 들르기에 딱이에요.
트레이를 들고 원하는 귤 주스를 컵에 직접 따라 담은 뒤 계산하는 방식인데, 메뉴판에 당도와 쓴맛 정도가 표시되어 있어서 일본어 몰라도 고를 수 있어요. 가격은 한 잔에 220~250엔 정도.
- 보통 맛 귤 주스: 220엔 — 아는 그 맛, 기본에 충실
- 쓴맛 강한 품종: 220엔 — 처음엔 낯설지만, 입에서 귤꽃 향이 피어남
- 당도 최강 품종: 250엔 — 감동적인 단맛. 강력 추천
소주잔 크기라 한 잔에 2,000원이 비싸 보일 수 있는데, 마시고 나면 가격이 납득되는 수준이에요. 혼자 가면 세 종류 다 사서 비교해보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같이 가면 다섯 종류 나눠 먹기 추천합니다.
🍮 도고 온천 주변 디저트 투어
도고 카페 — 당고 + 말차 세트
도고 온천역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시계탑에서 매 정각, 30분마다 소설 도련님의 주인공 인형이 나와 춤을 춰요. 근처 도고 카페에서는 미타라시 당고에 말차 젤라토와 우지 말차 음료를 세트로 즐길 수 있어요. 좌석이 많지 않아 이른 시간에 가는 걸 추천합니다. 단, 미타라시 당고와 말차 젤라토의 조합이 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니, 당고 단품으로 주문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도고 푸딩 — 미깡 푸딩 540엔
귤 통째로 들어간 미깡 푸딩이 명물이에요. 위에는 귤맛 투명 젤리와 과육, 밑에는 부드러운 크림 푸딩이 층을 이루고 있어요. 우유 비린내 없이 야들야들하고 상큼한 게 정말 맛있었습니다.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지만, 가격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간식이에요. 작은 좌석이 있어서 그 자리에서 먹고 가도 됩니다.
오카이도 브루어리 — 수제맥주 968엔
오카이도 상점가 인근 백화점 푸드코트 안에 있어요. 백화점이 7시에 닫으니 서둘러 가야 하지만, 탭에서 직접 짜낸 신선한 맥주 맛이 일품입니다. 한 잔에 968엔으로 가격이 좀 있지만, 맥주 좋아하는 분이라면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에요.
🎁 기념품 쇼핑 추천
- 이마바리 타월: 도고 온천 주변 기념품 가게에서 구매 가능. 세면 타월부터 바디 타월까지 있고, 한정 자수 새기기 서비스도 있어요. 가격은 2,000엔 선부터. 귤 모티프 디자인이 많아서 마쓰야마 여행 기념품으로 딱이에요.
- 귤 관련 먹거리: 귤 젤리, 귤 과자, 귤 초콜릿 등 종류가 다양해요. 개별 포장으로도 판매하기 때문에 여러 종류 조금씩 사서 맛볼 수 있어요.
- 리라쿠마 × 도련님 한정 굿즈: 도고 온천 근처 리라쿠마 전문숍에 한정 디자인 많아요. 소설 도련님 의상을 입은 리라쿠마가 있어요.
- 신선 귤: 오카이도 상점가의 노마노마(Nomanov)에서 다양한 품종 구매 가능. 센토 교를 비롯한 다양한 귤이 있고 갈아 만든 주스도 판매해요. 밤 7시에 닫으니 일찍 들르세요.
🚃 교통 정보 — 시내 전차 완전 정복
마쓰야마 시내를 돌아다닐 때는 시내 전차(이요 철도)를 이용하면 편해요. 복고풍 봇찬 열차도 가끔 지나다니는데, 이 풍경 자체가 마쓰야마의 상징이에요.
- 요금: IC카드 210엔 고정 (거리 무관), 현금 230엔
- 노선: 오카이도 방향, 도고 온천 방향으로 나뉨. 탑승 전 목적지 확인 필수
- 편의: 시내 전차 한 노선으로 마쓰야마성 입구, 오카이도 상점가, 도고 온천역 모두 연결됨
도보 15분 거리는 걸어가는 것도 좋아요. 소도시 특유의 정겨운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고, 전차랑 도보 시간이 비슷하게 나오는 구간이 많거든요.
🏨 숙소 추천 — 컴포트 호텔 마쓰야마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컴포트 호텔 마쓰야마는 마쓰야마 시역 도보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고, 공항 무료 셔틀버스 탑승장에서도 가까워요. 객실이 타 도시 대비 넓고 욕조도 커서 만족스럽습니다. 무료 조식이 포함되고, 24시까지 운영하는 라이브러리 카페에서 커피, 차,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어요. 1박에 6~7만 원대(평일 기준)로 가성비도 좋습니다.
단, 도고 온천역 중심으로 움직일 분들은 도고 온천 근처 숙소가 동선상 더 편할 수 있어요.
🌙 도고 온천 야경 — 하루의 마무리
도고 온천 주변에는 조탕(湯らら)이라는 산책로 겸 족욕 공간이 있어요. 도고 온천 본관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 명소이기도 하고, 비가 조금씩 떨어지는 날에도 야외 족욕을 즐기는 분들이 있을 만큼 낭만적인 분위기예요.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진 도고 온천 본관의 야경은 마쓰야마 여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저는 온천 들어갔다 나와서 귤 주스 마시고, 야경 보며 족욕하고, 맥주 마시고, 푸딩 먹고 돌아왔어요. 단 하루였는데 이 도시에 반해버린 것 같았어요. 마쓰야마는 조용하게 뭔가를 잔뜩 해주는 도시예요.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생각한 여행지 중 손에 꼽힙니다.
✅ 공항 인포센터에서 한국인 무료 혜택권 받기
✅ 도고 온천 별관 아스카노유 무료 입욕
✅ 마쓰야마성 리프트 왕복 무료
✅ 도미밥 정식 (17:30 오픈, 조금 일찍 줄 서기)
✅ 에메 식탁 170 귤 수도꼭지 3종 비교
✅ 도고 푸딩 미깡 푸딩 540엔
✅ 도고 조탕 야경 족욕
✅ 시내 전차 IC카드 210엔 고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