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는 규슈 지방 한가운데 박혀 있다. 후쿠오카 근교 소도시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아소산 때문에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쿠마몬이라는 곰 마스코트 덕에 이름은 익숙한데, 막상 가본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게 구마모토의 현재다.
직접 가보면 생각보다 도시 규모가 크다. 큐슈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고, 노면 전차가 시내를 가로지르고, 이자카야 골목도 꽤 깊다. 소도시치고는 볼 게 많고, 대도시치고는 덜 지친다. 2박 3일 쓰기에 딱 맞는 볼륨이다.
가는 방법
인천에서 구마모토 직항이 있다. 티웨이항공과 대한항공이 운항 중이고, 비행 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다. 티웨이는 편도 20만 원대, 대한항공은 30만 원대로 차이가 좀 있다. 티웨이 아침 출발편(7시 50분 전후)을 타면 오전 중에 구마모토에 닿아서 하루를 꽤 길게 쓸 수 있다.
후쿠오카 여행과 묶는 방법도 있다. 하카타역에서 구마모토역까지 신칸센으로 약 55분이다. 가는 비행기는 후쿠오카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구마모토에서 — 이렇게 항공권을 교차로 끊으면 3박 4일을 꽉 쓸 수 있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 다녀오는 사람이 많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리무진 버스가 편하다. 종점이 사쿠라마치 버스 터미널인데, 구마모토 시내 관광의 거점이 되는 곳이다. 숙소는 이 주변으로 잡으면 이동이 편하다.
시내 교통
노면 전차(트램)가 시내를 동서로 가로지른다. 관광지 대부분이 트램 정류장 근처에 있어서 트램 하나로 웬만한 곳은 다 간다. 1회 승차 요금은 170엔, 1일권은 500엔이다. 하루에 세 번 이상 타면 1일권이 이득이다.
구마모토역은 시내 남쪽에 있다. JR역인데, 실제로 JR을 타는 일은 아소산 갈 때 외에는 많지 않다. 도심은 트램과 버스로 충분하다.
구마모토 성
일본 3대 명성 중 하나다. 가토 기요마사가 1601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7년에 걸쳐 완성했다. 성 주변에 벚꽃이 약 600그루 심어져 있어서 봄에는 꽤 북적인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으로 석벽 일부가 무너지고 천수각이 피해를 입었는데, 2021년 6월부터 천수각을 다시 공개했다. 내부에는 구마모토 옛 시가지를 재현한 모형이 전시돼 있고, 꼭대기에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사쿠라마치 버스 터미널에서 도보로 약 17분 거리다. 성 아래에 사쿠라노바 조사이엔이 있다. 에도 시대 거리를 재현해놓은 테마 구역인데, 먹거리 가게와 기념품 숍이 모여 있다. 여기서 뭔가 사먹고 벤치에 앉아 쉬다가 성 쪽으로 올라가는 패턴이 자연스럽다. 성까지 올라가는 셔틀이 10~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 꿀팁: 입장권은 사쿠라노바 조사이엔에서 구입하거나 ICカード로 결제하면 줄을 줄일 수 있다.
쿠마몬 성지 순례
구마모토 어딜 가나 쿠마몬이다. 건물 벽에도, 맨홀 뚜껑에도, 편의점 봉투에도 그 곰이 박혀 있다. 공식 거점은 두 곳이다.
쿠마몬 스퀘어는 시모토리 상점가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쿠마몬 관련 굿즈 전시와 포토존이 있고, 운이 좋으면 쿠마몬 본인이 출몰한다. 무료 입장이다. 쿠마몬 빌리지는 사쿠라마치 버스 터미널 2층에 있다. 공항 버스 내리자마자 바로 위가 쿠마몬 빌리지인 셈이다.
원피스 팬이라면 따로 챙길 것이 있다. 구마모토가 원피스 작가 오다 에이이치로의 고향이라서, 시내 곳곳에 루피, 조로, 나미 등 원피스 캐릭터 동상이 세워져 있다. 지도 앱에 'ワンピース銅像'로 검색하면 위치가 나온다. 사진 찍으며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 반나절이 금방 간다.
시모토리 상점가
구마모토의 아케이드 상점가다. 돈키호테가 있고, 코코사라는 복합 쇼핑몰도 안에 있다. 저녁엔 이자카야가 많이 열린다. 낮에는 쇼핑, 밤에는 이자카야로 쓰면 된다. 가라시 렌콘(연근 겨자된장 튀김)이 이자카야 메뉴판에 자주 보이는데, 구마모토 향토음식이니 한 번쯤 먹어볼 만하다. 연근 안에 겨자와 된장을 채워 튀긴 거라 처음엔 낯선데, 술 안주로는 꽤 잘 맞는다.
아뮤플라자는 구마모토역 바로 옆 쇼핑몰이다. 유니클로, GU, 원피스 관련 무기 스토어, 스누피샵 등이 들어있다. 트램으로 구마모토역 방향으로 약 17분이다. 출발 전날 짐 정리하면서 들르기 좋다.
수이젠지 조주엔
트램으로 약 20분이다. 17세기 초에 조성된 일본 정원인데, 중앙에 연못이 있고 그 뒤로 후지산을 모티브로 한 야트막한 언덕이 있다. 새빨간 도리이 구역도 따로 있어서 사진 포인트가 여럿이다. 조용하고 넓어서 구마모토 성보다 덜 붐빈다. 혼자라면 여기서 한 시간 정도 천천히 걷는 게 낫다.
아소산
구마모토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세계 최대 칼데라 지형으로 알려져 있다. 거대한 화산이 폭발한 뒤 지표가 꺼지면서 만들어진 초대형 분지가 칼데라다. 그 안에 나카다케 분화구가 있는데, 지금도 연기가 올라오는 살아있는 활화산이다. 분화구 가까이 걸어가서 유황 냄새를 맡는 경험이 꽤 강렬하다.
가는 방법이 문제다. 차가 있으면 1시간 정도지만, 대중교통으로는 2시간 반에서 3시간까지 걸린다. 구마모토역에서 JR 호히 본선을 타고 아소역까지 간 다음, 버스나 택시를 타고 분화구 방향으로 가야 한다. 분화구까지 운행하는 로프웨이가 있는데 화산 활동 상태에 따라 운휴하는 경우가 있다. 출발 전에 상태 확인이 필수다.
쿠사센리는 분화구 중턱에 있는 넓은 초원이다. 말을 풀어놓기도 하고, 비 온 뒤에는 낮은 웅덩이에 물이 고여서 하늘이 거울처럼 비친다. 분화구만 보고 내려오기엔 아쉬우니 여기도 같이 들른다.
⚠️ 주의: 아소산은 화산 활동 상황에 따라 분화구 접근이 통제된다. 현지 기상청 또는 관광 안내소에서 실시간 상태를 확인하고 이동할 것.
구마모토 먹거리
구마모토 하면 흑마늘 라멘이 먼저 나온다. 돈코츠 베이스 국물에 흑마늘 기름을 한 숟갈 넣는 스타일이다. 대표 가게로는 고쿠테이(こくてい), 아카구미(赤組), 케이카(桂花) 등이 자주 언급된다. 국물이 꽤 진하고, 마늘향이 나중에도 남는다. 저녁보다는 점심에 먹는 편이 나중 일정에 무리가 없다.
말고기는 구마모토의 명물이다. 말고기 사시미와 말고기 덮밥 모두 있다.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데, 실제로 먹어보면 소고기 사시미보다 가볍다. 이자카야에서 주문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키나리 당고(いきなり団子)는 고구마 찹쌀떡이다. 안에 두툼한 고구마와 팥소가 들어있고 통째로 쪄낸다. 편의점 수준의 간식인데 구마모토산이 따로 있다. 기념품 가게에서도 팔고 시장에서도 파는데,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이다.
가라시 렌콘(辛子蓮根)은 연근 튀김이다. 구멍 안에 겨자와 된장을 채워 넣고 튀긴 구마모토 향토음식이다. 처음 먹으면 낯선 맛인데 자꾸 손이 간다. 이자카야 메뉴판에서 자주 보인다.
미슐랭 별을 받은 흑돼지 돈가스집이 있다. 카트리치테(カトリチッテ)라는 곳인데, 구마모토 맛집 검색하면 거의 항상 같이 나온다. 흑돼지를 사용한 돈가스인데, 예약이 필요할 수 있다.
나가사키 지옥 카페는 오래된 서점 2층에 있는 카페다. 앤틱한 분위기가 꽤 진하고, 창가 자리에 앉으면 아래로 노면 전차가 지나가는 걸 보면서 팬케이크나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다. 혼자 시간 보내기 좋은 곳이다.
2박 3일 코스 제안
1일차: 공항 도착 → 사쿠라마치 버스 터미널 → 사쿠라노바 조사이엔 점심 → 구마모토 성 → 쿠마몬 스퀘어 → 시모토리 상점가 저녁(이자카야)
2일차: 아소산 당일 코스 (오전 일찍 출발 필수, 대중교통이면 JR+버스 조합) → 나카다케 분화구 → 쿠사센리 초원 → 저녁은 흑마늘 라멘
3일차: 수이젠지 조주엔 산책 → 이키나리 당고 사먹기 → 아뮤플라자 쇼핑 → 공항
후쿠오카와 묶는다면 3일차 저녁에 신칸센 타고 하카타로 이동해서 1박 더 하는 방식도 있다.
마치며
구마모토는 뭔가 하나를 보러 가는 곳이 아니다. 성도 있고, 활화산도 있고, 이자카야 골목도 있고, 쿠마몬도 있다. 다 따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묶어서 2박 3일 걸어 다니면 꽤 진한 여행이 된다. 후쿠오카에만 두 번 갔다면, 이번엔 구마모토도 같이 넣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