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한 시간 안쪽으로 빠져서, ‘옛날 일본’ 분위기를 제일 손쉽게 건지는 곳을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가와고에를 먼저 말한다. 역에서 몇 블록만 걸으면 간판과 처마, 종루와 과자 골목이 이어지고, 조금만 동선을 잘 잡으면 카페 감성으로 끝나지 않는 하루가 된다. 에도풍 거리만 보고 돌아오기엔 아깝고, 그렇다고 빡빡하게 몰아붙일 필요도 없다. 가와고에는 반나절보다 하루가 좋고, 무작정 걷기보다 순서를 알고 걷는 편이 훨씬 좋다.
핵심은 이거다. 혼카와고에역 기준으로 들어가서, 다이쇼 로망 거리와 구라즈쿠리 거리, 도키노카네, 가시야요코초, 히카와 신사, 기타인까지 하나의 루프로 묶으면 된다. 여기에 고구마 간식 한두 개, 장어 혹은 카페 한 끼를 넣으면 아주 안정적인 당일치기 코스가 된다.
도쿄에서 가는 법, 가장 덜 헷갈리는 조합
가와고에는 역이 세 개다. 가와고에역, 가와고에시역, 혼카와고에역. 여행자 기준으로는 혼카와고에역이 제일 편하다. 구라즈쿠리 거리와 메인 관광 동선 쪽으로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이케부쿠로에서는 도부 도조선을 쓰면 편하고, 도쿄 치포 기준으로 편도 약 30분, 490엔 정도가 기본값이다. 신주쿠에서는 직통 조합을 쓰면 35분대도 가능하고, 후쿠토신선 경유로 590엔 안팎이 나온다. 시부야에서도 후쿠토신선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외국인 여행자라면 세이부 계열 할인패스도 체크할 만하다. 이케부쿠로, 다카다노바바, 세이부신주쿠 쪽에서 출발해 혼카와고에를 왕복하는 패스가 700엔대로 잡히는 경우가 있어서, 출발 위치만 맞으면 꽤 효율적이다. 현지에서 많이 걷기 싫다면 가와고에역에서 1일 버스패스를 300엔에 살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둘 만하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처음 가는 여행자라도 메인 스폿만 볼 거면 도보로 충분하다.
가와고에를 제대로 걷는 순서
나는 혼카와고에역에서 시작해서 다이쇼 로망 거리로 몸을 풀고, 구라즈쿠리 거리에서 본게임에 들어간 뒤, 도키노카네와 가시야요코초를 지나 히카와 신사, 시간이 남으면 기타인까지 가는 루트를 추천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전에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골목과 상점가를 먼저 보기 좋고, 사람들이 몰리는 구라즈쿠리 메인 스트리트는 가게 문이 열린 뒤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
반대로 사진이 최우선이면 조금 일찍 도착해서 구라즈쿠리 거리를 먼저 찍고, 이후 다이쇼 로망 거리와 과자 골목으로 빠지는 방식도 괜찮다. 다만 한낮의 구라즈쿠리는 차량 통행이 꽤 있어 완전히 낭만적인 거리라고 기대하면 조금 깬다. 그래서 나는 메인 거리만 보지 말고 옆 골목과 작은 상점들을 같이 보는 쪽을 더 좋아한다.
구라즈쿠리 거리, 왜 ‘리틀 에도’라고 불리는지 바로 보이는 구간
가와고에가 ‘작은 에도’라고 불리는 이유는 결국 이 거리 하나가 설명한다. 구라즈쿠리라는 건 원래 창고형 건축을 뜻하는데, 기와 지붕과 두꺼운 흙벽을 써서 불에 강하게 만든 상인 건물 양식이다. 가와고에는 옛날 에도, 지금의 도쿄에 물자를 대던 상업도시였고, 1893년 큰 화재 뒤에도 이런 양식으로 거리를 다시 세우면서 지금 같은 풍경이 남았다.
지금은 대부분이 기념품점, 디저트 가게, 공예숍, 레스토랑으로 바뀌었지만, 거리의 뼈대 자체가 여전히 살아 있다. 일본 가이드에 따르면 이 주변은 혼카와고에역에서 도보 10~15분 정도, 가와고에역에서는 여기에 10분 정도를 더 잡으면 된다. 너무 빨리 통과하지 말고 간판, 처마, 창문 디테일을 조금씩 보는 편이 좋다. 가와고에는 ‘한 방’ 사진보다 거리 전체의 결이 좋은 동네다.
중간중간 캐릭터 숍과 잡화숍도 섞여 있어서, 순정 에도풍만 기대하면 오히려 재미가 덜할 수 있다. 미피 베이커리, 지브리 숍, 지역 공예 가게가 한 거리에 공존하는 방식이 가와고에답다. 전통마을이라기보다, 오래된 상업도시가 지금도 장사 잘되는 상태로 살아 있다는 느낌에 가깝다.
도키노카네와 가시야요코초, 가와고에에서 제일 실감나는 두 포인트
가와고에의 상징은 단연 도키노카네, ‘시간의 종’이다. 지금 서 있는 종루는 1894년에 다시 세워진 것이고, 하루 네 번 6시, 12시, 15시, 18시에 종이 울린다. 높이도 약 16m라 멀리서도 눈에 들어온다. 딱 봐도 사진 포인트지만, 실제로는 주변 골목에서 갑자기 종루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이 더 좋다.
도키노카네에서 몇 분만 걸으면 가시야요코초, 이른바 과자 골목이 나온다. 이 구간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아서 금방 끝나지만, 밀도는 좋다. 쇼와풍 사탕, 전통 과자, 후가시 같은 옛날 간식, 고구마 계열 디저트가 모여 있다. 일본 가이드와 도쿄 치포 양쪽 모두 이 구간을 가와고에의 대표 체험으로 꼽는 이유가 있다. 그냥 보는 것도 재밌지만, 여기서는 꼭 하나라도 사 먹는 게 맞다.
가와고에는 고구마로 유명하다. 실제로 현지 푸드 투어 영상에서도 가장 먼저 등장하는 메뉴가 크림에 찍어 먹는 고구마 칩이고, 그다음이 고구마 치즈케이크 몽블랑이다. 과장 조금 보태면, 이 동네는 ‘에도풍 거리’와 ‘고구마 간식’의 결합으로 기억하는 게 정확하다. 달달한 간식 취향이면 만족도가 높고, 단 걸 안 좋아해도 후가시나 절임 오이 같은 가벼운 간식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먹는 건 이렇게 고르면 실패가 적다
짧게 말하면 세 갈래다. 첫째, 고구마 간식. 둘째, 장어. 셋째, 찻집 혹은 카페. 가와고에 푸드 투어에서 소개된 고구마 칩, 치즈케이크, 후가시 같은 메뉴는 관광객용으로 보여도 실제 만족도가 높다. 걷다가 하나씩 먹기 좋고, 사진도 잘 나온다. 반면 식사 한 끼를 제대로 넣고 싶다면 장어 쪽이 훨씬 안정적이다. 영상에서도 우마키, 그러니까 장어를 넣은 계란말이가 지역 먹거리로 등장하는데, 가벼운 술안주 느낌이 아니라 ‘가와고에에서도 장어가 통하는구나’ 싶게 만든다.
카페는 다이쇼 로망 거리 쪽이 좋다. 서양식 외관의 옛 건물 안에 들어간 킷사텐 분위기 가게들이 있어서, 걷다 지쳤을 때 숨 고르기 좋다. 멜론소다나 푸딩처럼 일부러 올드한 메뉴를 고르면 동네 결하고 잘 맞는다. 여행지에서 제일 아까운 건 어중간한 체인점으로 들어가는 순간인데, 가와고에는 그 유혹만 잘 버텨도 하루 기억이 더 선명해진다.
히카와 신사, 기타인, 그리고 시간이 남을 때 넣을 곳들
가와고에를 ‘거리 구경 도시’로만 보면 조금 손해다. 히카와 신사는 연애운과 인연 신사로 유명하고, 에마 터널과 낚시하듯 뽑는 오미쿠지 때문에 여행 동선에 넣기 좋다. 메이지 천황이 아꼈다는 이야기도 남아 있고, 신사 뒤쪽 신가시강은 벚꽃철이면 분위기가 아주 좋아진다. 봄 시즌이라면 이 구간 때문에라도 체류 시간을 늘릴 만하다.
기타인은 성격이 다르다. 여기는 좀 더 진짜 역사 쪽이다. 도쿄 치포와 도쿄 치포 영상 모두 기타인을 핵심 사찰로 꼽는데, 이유가 분명하다. 에도성과 관련된 유구가 남아 있고, 540구의 라칸 불상 표정이 생각보다 재미있다. 그냥 절 하나 보고 끝나는 느낌이 아니라, 가와고에가 왜 단순 포토스폿이 아닌지를 보여주는 장소다. 시간이 빠듯하면 히카와 신사까지, 하루를 넉넉히 쓰겠다면 기타인까지 넣자.
조금 더 볼 여유가 있으면 코에도 쿠라리도 괜찮다. 지역 술, 기념품, 간식을 한 번에 보기 좋고, 날씨가 애매할 때 피신처 역할도 한다. 또 가와고에 축제 박물관은 10월 축제 시즌이 아니더라도 가와고에 마쓰리의 분위기를 미리 느끼게 해준다. 일본 가이드 기준 입장료는 300엔, 관련 시설 통합권은 600엔 정도라 부담도 크지 않다.
언제 가면 좋고, 얼마나 잡아야 하나
처음 가는 사람 기준으로는 5~7시간이 가장 적당하다. 너무 짧으면 거리만 보고 끝나고, 너무 길게 잡으면 생각보다 빨리 다 봤다는 느낌이 올 수 있다. 오전 늦게 도착해 점심 먹고, 거리 걷고, 신사나 절 한 곳 더 보고, 카페 들렀다가 돌아오는 흐름이 가장 무난하다. 벚꽃철 신가시강, 가을의 가와고에 마쓰리, 그리고 선선한 계절의 고구마 간식 조합이 특히 좋다.
김ono 렌털도 잘 어울리는 동네지만, 솔직히 사진을 정말 찍을 사람에게만 추천한다. 예쁜 건 맞는데, 신발과 이동 속도까지 감수해야 하니까. 대신 편한 복장에 작은 가방 하나, 그리고 간식 살 여유만 챙기면 가와고에는 훨씬 가볍고 좋다.
이런 사람에게 특히 맞다
- 도쿄 근교에서 너무 멀지 않은 당일치기 목적지를 찾는 사람
- 교토까지 안 내려가도 일본 옛거리 분위기를 보고 싶은 사람
- 풍경만이 아니라 간식, 상점, 신사, 사찰이 함께 있는 동네를 좋아하는 사람
- 벚꽃, 가을 축제, 고구마 디저트처럼 계절감 있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반대로 말하면, 놀이공원처럼 자극적인 포인트가 연달아 터지는 곳은 아니다. 대신 천천히 걷고, 하나씩 먹고, 골목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는 사람에게는 아주 오래 남는다. 가와고에는 ‘한 번쯤 가볼 만한 근교’가 아니라, 도쿄를 여러 번 간 사람일수록 더 좋아하게 되는 타입의 동네다.
한 줄 결론. 가와고에는 리틀 에도라는 별명보다 더 입체적이다. 에도풍 거리, 종루, 과자 골목, 고구마 간식, 장어, 신사와 절이 한 덩어리로 이어져 있어서, 하루가 생각보다 꽉 찬다. 도쿄에서 멀리 못 나가는 일정이라면, 이 동네는 꽤 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