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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팁

일본 이자카야 완전 가이드: 오토시·센베로·국민 안주부터 주문 회화까지, 처음 가도 당황하지 않는 법

에디터 시우
2026.04.05
33
일본 이자카야 완전 가이드: 오토시·센베로·국민 안주부터 주문 회화까지, 처음 가도 당황하지 않는 법

일본 여행에서 이자카야를 한 번도 안 가봤다면, 그건 절반만 본 거다.

물론 라멘집이나 회전초밥도 좋지만, 현지인들이 퇴근 후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는 이자카야야말로 일본의 진짜 밤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엔 낯설 수 있다. 메뉴가 일본어뿐인 곳도 있고, 주문하지도 않은 안주가 나오기도 하고, 어디서 계산하는지도 헷갈린다. 하지만 한번 흐름을 알고 나면 이자카야만큼 편한 곳도 없다.

이자카야, 대체 뭐가 다른 걸까

이자카야(居酒屋)는 직역하면 '앉아서 술을 마시는 집'이다. 한국의 호프집이나 포장마차와 비슷한 포지션인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이자카야는 술도 술이지만 안주의 종류가 압도적으로 다양하다. 꼬치구이, 튀김, 조림, 회, 샐러드, 볶음, 국물 요리까지 — 거의 레스토랑 수준의 메뉴판을 갖추고 있다.

형태도 가지각색이다. 카운터만 있는 서민적인 노포부터 다다미 좌석이 있는 전통 스타일, 체인점까지. 여행자라면 굳이 고급 이자카야를 찾을 필요 없다. 동네 골목의 허름한 가게에서 현지인 사이에 끼어 앉아 마시는 맥주 한 잔이 가장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

입장부터 첫 주문까지 — 이것만 알면 된다

가게 문을 열면 "이랏샤이마세!"라는 인사가 날아온다. 인원수를 물어보면 손가락으로 표시하면 끝이다. "히토리(1명)", "후타리(2명)"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자리에 앉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음료 주문이다. 일본 이자카야에서는 음식보다 술을 먼저 주문하는 게 암묵적 룰이다. 뭘 마실지 모르겠으면 이 한마디면 된다.

"토리아에즈 나마!(とりあえず生!)" — 일단 생맥주 하나요.

일본 직장인들이 퇴근 후 이자카야에서 내뱉는 국민 주문이다. 이 한마디로 현지인 바이브가 완성된다.

오토시 — 주문 안 했는데 안주가 나왔다?

처음 이자카야에 가면 당황하는 포인트가 이거다. 아무것도 안 시켰는데 작은 접시에 담긴 안주가 슬쩍 놓인다. 에다마메(삶은 콩)일 때도 있고, 마카로니 샐러드일 때도 있고, 뭔지 모를 조림일 때도 있다.

이게 오토시(お通し)다. 한국의 기본 안주와 비슷한 개념인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돈을 받는다. 보통 300~500엔, 비싼 곳은 1,000엔까지도 한다. 자릿세 겸 첫 안주라고 이해하면 된다.

거부할 수 있느냐고?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일본 이자카야의 오랜 관습이니 받아들이는 게 마음 편하다. 그래도 한국 치킨집의 기본 무 정도 가격이니까.

💡 꿀팁: 오토시가 없는 가게도 있다. 입구에 'お通しなし(오토시 없음)' 표시가 있거나, 체인 이자카야에서는 생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뭘 시킬지 모르겠을 때 — 이자카야 국민 안주 7선

메뉴판이 전부 한자와 히라가나로 돼 있어도 걱정할 필요 없다. 이 7가지만 기억하면 어디서든 실패 없다.

  • 야키토리(焼き鳥) — 닭꼬치. 이자카야의 대표 안주. 모모(닭다리살), 츠쿠네(닭완자), 네기마(파닭) 중에서 고르면 된다. 소금(시오)과 양념(타레) 두 가지 맛이 있는데, 처음이라면 타레가 무난하다.
  • 가라아게(唐揚げ) — 일본식 닭튀김. 한국 치킨과는 다른 결의 바삭함. 레몬즙을 뿌려 먹으면 기름기가 잡히면서 맥주 안주로 완벽해진다.
  • 니코미(煮込み) — 내장 조림. 된장이나 간장 베이스 국물에 곱창과 두부를 푹 끓인 요리. 시치미(七味)를 뿌려 먹으면 칼칼함이 더해져서 추운 날 특히 좋다. 노포 이자카야에서 이걸 시키면 "아, 이 사람 좀 아는구나" 하는 눈빛을 받을 수 있다.
  • 에다마메(枝豆) — 삶은 콩. 맥주의 영원한 파트너. 주문 후 30초 만에 나오니 첫 안주로 딱이다.
  • 아게다시도후(揚げ出し豆腐) — 튀긴 두부를 따뜻한 쯔유에 담아낸 요리. 겉바속촉의 교과서. 바삭한 겉면을 깨물면 뜨거운 두부가 입안에서 녹는다.
  • 타마고야키(玉子焼き) — 일본식 계란말이. 달큼하고 부드러운 게 술안주라기보다 디저트 같기도 한데, 이게 또 하이볼과 기가 막히게 잘 맞는다.
  • 햄카츠(ハムカツ) — 햄을 튀긴 소박한 튀김. 두꺼운 햄 한 장을 튀긴 곳도 있고, 얇은 햄을 여러 겹으로 겹쳐 튀긴 곳도 있다. 가격 대비 양이 넉넉해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할 때 효자 메뉴다.

술은 뭘 마실까 — 이자카야 음료 해설

이자카야의 술 메뉴는 생각보다 넓다. 맥주만 마시는 건 아깝다.

  • 나마비루(生ビール) — 생맥주. 아사히, 산토리, 기린 등 가게마다 취급 브랜드가 다르다. 첫 잔은 거의 무조건 이거다.
  • 하이볼(ハイボール) — 위스키 소다. 가볍고 청량해서 튀김류와 찰떡궁합. 최근 일본에서 맥주를 밀어내고 인기 1위를 달리는 중이다.
  • 츄하이/사와(チューハイ/サワー) — 소주 베이스에 과일즙과 탄산을 섞은 칵테일. 레몬 사와가 가장 기본이고, 자몽(그레프루츠), 매실(우메) 등 종류가 다양하다. 술이 약한 사람에게 추천.
  • 닛폰슈(日本酒) — 일본 사케. 차갑게(레이슈) 또는 뜨겁게(아츠캉) 선택 가능. 회나 조림과 잘 어울린다.
  • 빈비루(瓶ビール) — 병맥주. 노포 이자카야에서 작은 유리잔에 따라 마시는 병맥주의 운치는 생맥과는 또 다른 맛이다.

💡 꿀팁: 노미호다이(飲み放題, 음료 무제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도 많다. 보통 2시간 1,500~2,500엔 선. 3잔 이상 마실 자신이 있으면 단품보다 이쪽이 이득이다.

센베로 — 1,000엔으로 취하는 기술

센베로(せんべろ)는 '센엔(千円, 1,000엔)'과 '베로베로(べろべろ, 만취)'의 합성어다. 1,000엔이면 술 두세 잔에 안주 한두 개를 먹을 수 있는 가성비 이자카야 문화를 뜻한다.

도쿄의 킨시초(錦糸町), 오사카의 신세카이(新世界), 오키나와의 마키시(牧志) 같은 곳이 센베로 성지로 유명하다. 1,000엔을 내면 티켓이나 코인을 주고, 그걸로 음료와 안주를 골라 먹는 시스템이 일반적이다.

저렴하다고 얕볼 수 없는 게, 센베로 가게들의 안주 수준이 꽤 괜찮다. 모츠니코미(곱창조림), 야키톤(돼지꼬치) 같은 메뉴가 200~300엔에 나온다. 여행 경비를 아끼면서도 현지인 분위기를 100% 느끼고 싶다면 센베로만 한 게 없다.

⚠️ 주의: 센베로 가게는 대부분 현금만 받는다. 카드 결제 불가인 곳이 많으니 1,000엔짜리 지폐를 미리 준비해두자.

알아두면 민망하지 않은 이자카야 매너

  • 건배는 한 번에. 모든 사람의 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 같이 "캄파이!(乾杯!)"를 외치는 게 기본이다.
  • 남의 잔을 직접 따라주는 문화가 있다. 특히 사케를 마실 때. 자기 잔은 자기가 안 따르고 옆 사람이 따라준다.
  • 큰 소리로 이야기해도 된다. 이자카야는 원래 시끄러운 곳이다. 한국 사람들이 너무 조용히 하려고 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
  • 접객이 퉁명스러운 건 불친절이 아니다. 특히 노포 이자카야에서는 주문 받고, 주방에 오더 넣고, 끝. 그게 그 집의 스타일이다. 단골 손님과는 농담도 주고받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 마무리는 시메(〆)로. 술자리 끝에 오차즈케(녹차밥), 라멘, 오니기리 같은 탄수화물로 마무리하는 게 이자카야의 정석이다. 속이 든든해지면서 해장도 미리 되는 셈이다.

계산할 때 — 이것만 기억하자

"오카이케이 오네가이시마스(お会計お願いします)" 또는 그냥 손으로 X자를 그리면 알아듣는다.

계산은 대부분 카운터에서 한다. 테이블에 전표가 있으면 그걸 들고 가면 되고, 없으면 직원이 알아서 정리해준다. 최근에는 카드 결제 가능한 곳이 많아졌지만, 작은 노포 이자카야는 여전히 현금 온리인 경우가 꽤 있다.

💡 꿀팁: 일본에는 팁 문화가 없다. 거스름돈까지 깔끔하게 받아가면 된다. 감사 인사로 "고치소사마데시타(ごちそうさまでした, 잘 먹었습니다)"를 한마디 건네면 완벽하다.

혼자 가도 괜찮을까?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혼자 가는 게 이자카야의 진가를 느끼는 방법이다. 카운터에 앉아서 생맥 한 잔, 꼬치 두어 개, TV에서 야구 중계 보면서 조용히 마시다 나오는 거. 그 30분이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이자카야에 가보면 혼자 온 손님이 절반 가까이 된다. 퇴근 후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직장인, 소주 한 병을 느긋하게 비우는 어르신. 아무도 혼자 온 사람을 신기하게 쳐다보지 않는다.

📝 이자카야 주문 미니 회화 정리

  • 나마 히토츠(生一つ) — 생맥주 하나
  • 코레 쿠다사이(これください) — 이거 주세요 (메뉴판 가리키며)
  • 오스스메와?(おすすめは?) — 추천 뭐예요?
  • 오카와리(おかわり) — 한 잔 더 (리필)
  • 오카이케이(お会計) — 계산이요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문 열고, 앉고, 맥주 시키고, 눈에 보이는 맛있어 보이는 거 가리키면 된다. 이자카야는 그런 곳이다. 격식 따위 잠시 내려놓고 일본의 밤을 즐겨보자.

에디터 시우

혼자 떠나는 여행이 제일 좋은 사람. 관광지보다 골목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