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전날 밤, 나는 항상 쇼핑 리스트를 적는다. 유니클로, 돈키호테, 그리고 반드시—드러그스토어. 사실 어느 시점부터 드러그스토어가 리스트의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 카베진, 사보리노, 캔메이크, 샤론파스... 친구들 부탁까지 합치면 가방 하나를 통째로 비워가야 한다.
일본 드러그스토어(ドラッグストア)는 단순한 약국이 아니다. 화장품, 의약품, 생활용품, 식품까지 한 공간에 모여 있는 일종의 복합 쇼핑 천국이다. 가격은 저렴하고, 품질은 높고,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제품들도 많다. 처음 간 사람도 두 번 가면 단골이 된다. 이 글은 2026년 기준 일본 드러그스토어를 어떻게 똑똑하게 공략할지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한 완전 가이드다.
🏪 주요 체인 4곳 한눈에 비교
일본 전역에 드러그스토어 체인은 수십 개지만, 여행자라면 이 네 곳을 기억하면 충분하다.
- 마쓰모토키요시(マツモトキヨシ, 마쓰키요) — 일본 드러그스토어 하면 떠오르는 노란색·검은색 간판. 전국 약 1,700개 이상 매장. 2019년 코코카라파인과 합병해 '마쓰키요코코카라&컴퍼니'를 설립, 합산 약 3,000개 점포를 보유한 초대형 그룹이 됐다. 관광지 인근 입지가 좋아 여행자 접근성이 최상이다.
- 웰시아(ウエルシア) — 이온그룹 산하, 현재 약 2,400개 매장으로 일본 단일 브랜드 기준 최대 규모. 2025년 12월 츠루하홀딩스와 경영 통합을 발표하며 약 5,600개 점포의 일본 최대 드러그스토어 그룹이 될 예정이다. 의약품과 건강보조식품 라인이 특히 강하다.
- 코코카라파인(ココカラファイン) — 1,400개+ 매장. 마쓰키요와 같은 그룹이지만 독자 브랜드로 운영 중. 코스메틱 라인이 풍부하고, 포인트 카드 혜택이 좋다.
-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 — 엄밀히는 드러그스토어가 아닌 할인 종합잡화점이지만, 화장품·의약품 코너가 광대하고 24시간 영업 매장이 많아 쇼핑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다. 면세 처리도 가능하다.
처음 가는 여행자라면 마쓰키요 또는 코코카라파인을 기본으로. 의약품에 집중한다면 웰시아, 심야 쇼핑이나 대용량 구매는 돈키호테로 나누면 효율적이다.
💄 색조 화장품 — 가성비의 끝판왕
일본 드러그스토어 색조 화장품의 포인트는 하나다: 믿을 수 없이 저렴한데 퀄리티가 괜찮다. 캔메이크(CANMAKE), 세잔느(CEZANNE), 러브라이너(Loveliners)—이 세 브랜드만 알아도 쇼핑 바구니가 차오른다.
캔메이크(CANMAKE)
- 립 — 1번 컬러(쿨톤·웜톤 안 가리는 미들톤)가 스테디셀러. 약 1,000엔으로 구매 가능. 플럼핑 효과가 살짝 있는 타입도 700엔대로 인기.
- 마스카라 — 공 모양 브러시 마스카라가 속눈썹을 자연스럽게 올려준다는 평가가 압도적. 현지에서도 꾸준한 인기.
- 아이섀도 — 3,000~7,000원대 한국 기준으로 부담 없는 가격. 발색이 은은하고 자연스러워 일상 메이크업에 딱. 아이섀도 베이스(프라이머)를 함께 바르면 발색력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
- 파우더·볼터치 — 입자가 극세 곱고 피니시 파우더도 유명. 볼터치는 가로 타입(파우더)과 크림 타입 두 가지. 라벤더 컬러와 코랄 컬러 믹스가 인기. 638~800엔이면 살 수 있다.
세잔느(CEZANNE)
- 베이스 메이크업 — 700엔대로 발림성이 좋다는 평. 베이지 톤뿐 아니라 피부톤 보정 컬러 베이스도 라인업이 다양하다.
- 아이섀도 — 600~700엔대에 발색이 괜찮다는 게 핵심. 캔메이크와 함께 캐주얼 메이크업용으로 많이 구매된다.
러브라이너(Loveliners)
- 펜촉 타입 아이라이너로 약 1,400엔. 라이너 인기에 힘입어 마스카라 라인도 출시됐다. 속눈썹 영양제도 이 브랜드 제품이 마츠키요에서 잘 팔린다. 아침저녁 스킨케어 루틴에 넣으면 속눈썹이 건강해진다.
🧴 스킨케어 — 한 번 써보면 재구매 확정
선크림
- 비오레 UV 아쿠아리치(ビオレUV アクアリッチ) — 에센스 타입으로 바디에 발라도 끈적임이 없다. 여름에 특히 추천. 스킨아쿠아 톤업 UV 시리즈도 자연스러운 피부 톤업 효과로 인기. 2025년 신제품 '몽환 블루' 컬러는 SPF50+/PA++++에 메이크업 베이스로도 쓸 수 있다.
클렌징
- 멜라노CC 클렌징폼 — C(비타민C) 함유 폼 클렌징. 한화 6,500원 수준으로 비타민C 클렌징 입문으로 제격이다.
- 가네보 수이사이 클렌징 파우더 — 가루 타입 효소 클렌징으로 피부가 보드라워진다는 후기가 많다. 낱개 포장이라 여행 중 쓰기 편하다.
- 비페스타(Bifesta) 리무버 — 오래된 브랜드인데 최근 다시 인기 급상승. 색조까지 지워지는 타입과 아이·립 전용 타입 두 가지. 모든 드러그스토어에서 발견 가능.
마스크팩
- 사보리노(Saborino) — 아침용과 저녁용이 따로 있다. 아침용은 세안 후 붙이고 1분 있다 떼면 스킨케어가 끝나는 콘셉트. 머리 말리는 시간에 붙여놓고 화장 들어가면 피부가 촉촉하게 잘 받는다.
- 크라시에 초이(Kracie Choi) — 개별 포장 마스크팩 40장 들이. 위생적이고 여행용으로 소분하기 좋다. 20~30대에게 요즘 가장 핫한 마스크팩이다.
- 케아나 라이스팩(毛穴撫子 お米のマスク) — 쌀 성분 시트 마스크팩으로 두 종류가 인기. 촉촉함과 모공 케어를 동시에.
헤어케어
- 피노 헤어팩(Fino Premium Touch) — 손상 모발 영양 보충. 한국에도 들어왔지만 일본에서 사면 더 저렴하다.
- 헤어에센스 — 노란색·핑크·보라색 등 컬러별로 함유 성분이 다른 앰플형 에센스. 약 300엔대로 여행 중 즉시 사용 가능. 여러 개 사서 선물하기도 좋다.
- 마토메쥬(まとめ髪スティック) — 고체 타입 잔머리 정리 스틱. 요즘 머리 묶고 애교 머리 내는 스타일에 필수품. 여행자들이 꽤 많이 사간다.
바디케어
- 엉덩이 비누 & 바디로션 — 피부 결을 다듬어 준다는 일명 '엉덩이 비누'. 이제는 바디로션까지 라인업이 확장됐다. 달콤한 복숭아 향이 난다.
- 입욕제 — 일본은 욕조 시설이 잘 돼 있어 입욕제 종류도 다양하다. 솔트 타입이 기본이고, 선물용으로도 인기. 료칸 느낌을 집에서 재현할 수 있다.
입술이 자주 트는 분들은 단순 보습 립밤보다 약처럼 강력한 의약품 립밤을 사자. 제니스가 사용한 걸로도 알려져 최근 한국 여행자 사이에서 핫해진 제품이다. 바르고 자면 다음 날 아침 입술이 다르다.
💊 의약품 — 일본에만 있는 이 조합
일본 OTC 의약품은 한국과 성분이 살짝 다른 것들이 있어 여행자 사이에서 일부러 사가는 경우가 많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어 편리하다.
근육통·파스
- 샤론파스(サロンパス) — 일본 파스의 대명사. 기존 흰색 제품 외에 최근 노란색 신제품이 나왔다. 여행 중 무릎·발바닥에 붙이면 다음 날이 다르다. 지인 선물 리스트 단골 아이템.
위장약
- 카베진(キャベジン) — 과식, 숙취, 속 불편할 때. 한국에서 못 파는 특정 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으로도 유명. 가방에 상시 보유하는 여행자가 많다.
- 오타이산(太田胃散) — 과음, 과식, 소화불량에 직방이라는 평. 알약 타입과 소포장 분말 타입이 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야식 폭탄 먹은 다음날 필수.
감기약
- 파브론 골드A(パブロン ゴールドA) — 감기 초기 증상에 효과 좋다는 평. 목이 아프기 시작할 때 하나 먹으면 잡힌다는 사람들이 많다.
- 용각사탕(龍角散のど飴) — 목 아플 때 빨아먹는 사탕. 익숙한 맛이지만 한국 것보다 입안이 더 상쾌해진다는 게 여행자들 후기.
안약 ⚠️ 구분 필수
- 일본 안약은 종류가 다양해 인기가 높지만 반드시 주의: 콘택트렌즈 착용자용과 비착용자용이 다르다. 패키지에 'コンタクト' 표기가 있으면 렌즈 착용 중 사용 가능, 없으면 렌즈 끼기 전에 사용해야 한다.
- 스마일 화이티아이(スマイルホワイティエ) — 눈이 맑아지고 깨끗해진다는 느낌의 안약. 렌즈용/비렌즈용 구분해서 구매.
- 나미다 로토 파이브 — 소분 포장 인공눈물. 라식 수술 후 안구건조증 있는 분들에게 추천.
기타 의약품
- 페어아크네(ペアアクネクリームW) — 여드름 연고.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성분으로 효과 좋다는 후기가 쌓여있다.
- 사카무케아(サカムケア) — 밴드 없이 바르는 방수 코팅 연고. 손가락 갈라진 곳에 바르면 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나 있으면 여행 중 정말 유용하다.
- 호빵맨 패치(ムヒのこどもパッチ) — 벌레 물린 곳에 붙이는 패치. 붙이면 가려움이 가라앉는다. 여름 여행 필수품.
🧹 생활잡화 — 의외로 이것도 사야 해
- 얼룩제거 시트(ライオン シミとりレスキュー) — 옷에 음식물 튀었을 때 즉시 사용. 뒤에 티슈 대고 앞에서 닦아내면 정말 잘 지워진다. 여행 중 비상용으로 하나 챙겨두면 심적으로 든든하다.
- 변기 에티켓 스프레이 — 화장실 사용 전 한 방울 떨어뜨리면 냄새 차단. 일본 집집마다 있는 생활용품인데 여행자들도 욕실 옆에 놓고 쓴다.
- 에브링 미스트(FEBREZE, エブリング) — BTS가 사용해 한국 팬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섬유·공간 탈취 미스트. 미니 버전이 출시돼 여행용으로 더 편해졌다.
- 에비스 칫솔(EBIS) — 한 번 써본 사람은 다른 칫솔 못 쓴다는 칫솔. 강도별 선택 가능. 현재 전동칫솔 사용자라도 여행 중엔 이걸 챙기는 사람이 많다.
- 가글 — 까만 반응 가글 — 뱉으면 검게 변하는 퍼포먼스로 유명한 가글. 가글 성분이 입안 균과 반응해 검게 된다. 직접 삼키지 않으면 문제없다. 꼭 한 번은 체험해볼 만하다.
💰 면세 완벽 가이드 — 5,000엔의 법칙
일본 드러그스토어에서 면세 받는 방법은 심플하다.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 ✅ 5,000엔 이상 — 세금 제외 금액 기준. 마쓰키요는 5,500엔 이상 시 10% 면세. 한 매장에서 한 번에 구매해야 합산 가능하다.
- ✅ 여권 원본 — 스마트폰 사진이나 사본은 불가. 쇼핑 나갈 때 반드시 여권 챙길 것.
- ✅ 개봉 금지 — 면세 소모품(화장품, 의약품 등)은 일본 출국 전 개봉하면 면세 취소. 사자마자 쓸 의약품은 소량만 면세 없이 따로 구매하는 게 낫다.
편의점 과자, 음료, 캔디류는 드러그스토어에서 팔아도 면세 대상이 아니다. 의약품·화장품·생활용품만 해당. 카베진처럼 먹는 의약품은 면세 가능하지만 일반 식품은 제외.
🗺️ 마무리 — 드러그스토어 공략 루틴
일본 드러그스토어 쇼핑, 생각보다 전략이 필요하다. 처음 가면 눈이 휘둥그레져서 아무거나 담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꼭 생긴다. 내가 쓰는 루틴은 이렇다.
- 리스트부터 — 출발 전 카테고리별로 정리. 색조, 스킨케어, 의약품, 기타 선물용 순서로.
- 한 매장에서 5,000엔 넘기기 — 면세 기준을 맞추려면 분산 구매보다 집중 구매가 낫다.
- 여권 챙기기 — 이걸 빠뜨리면 면세 못 받는다.
- 약은 즉시 쓸 것만 미리 뜯기 — 나머지는 일본 출국할 때까지 봉투째 보관.
- 연말·연시 할인 확인 — 드러그스토어도 시즌 할인이 있다. 쿠폰 앱이나 공식 사이트에서 사전 확인하면 추가 3~7% 할인이 붙는 경우도 있다.
드러그스토어는 일본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유명 관광지만큼 설레고, 쇼핑몰보다 가성비가 좋다. 캔메이크 볼터치 638엔, 사보리노 마스크팩, 카베진 한 통, 그리고 혹시 모를 샤론파스까지—가방이 조금 무거워지더라도, 후회 없는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