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착륙하고 입국장 빠져나오는 순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편의점이다.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어딜 가도 이 세 곳이 사람을 반긴다. 처음 일본 갔을 때 편의점을 그냥 지나쳤다면 정말 손해 본 거다. 일본 편의점은 한국이랑 차원이 다르다. 단순히 음식만 파는 게 아니고, 먹는 경험 자체가 다르다.
세븐일레븐은 일본 전국에 23,000개 이상. 로손은 14,600개 이상. 패밀리마트는 16,200개 이상. 이 세 개가 일본 편의점 시장을 거의 다 차지한다. 걸어서 5분이면 하나씩은 나온다는 소리다. 24시간 365일 열려 있고, 가격은 세금 포함으로 표시되어 있으니 계산기 따로 안 꺼내도 된다.
이번 글에서는 각 편의점별로 진짜로 사야 할 것들만 골랐다. 유명하다고 다 맛있는 건 아니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검증한 것들이다.
🏪 패밀리마트(ファミリーマート) — 콤비니 핵의 성지
패밀리마트는 1973년에 시작해서 지금은 일본에서만 16,2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한다. 포켓몬, 유명 레스토랑, 셀럽 콜라보로 유명하고, 독특한 상품 라인업이 진짜 매력이다.
① 피자만(ピザまん) — 730엔짜리 행복
계산대 옆 온열 케이스 안에 있다. 따뜻하게 데워져 있는 상태로 파는 찐빵 형태인데, 안에 마리나라 소스랑 치즈가 들어있다. 찹쌀처럼 탱탱하고 쫄깃한 빵 반죽 안에서 치즈가 늘어지는 걸 보면 손이 저절로 간다. 살짝 달달하고 짭짤한 밸런스가 절묘하다. 밑에 기름종이 붙어 있으니 그거 떼고 먹으면 손에 안 묻는다.
② 방고 오니기리(BONGO × ファミマ) — 도쿄 유명 오니기리 가게 콜라보
도쿄 오쓰카에 있는 유명 오니기리 전문점 방고(ぼんご)와의 콜라보 상품이다. 일반 편의점 오니기리랑 차이가 뭐냐고? 밥을 꽉꽉 뭉치지 않는다. 느슨하게 뭉쳐서 한 입 베어 물면 밥이 폭신하게 부서진다. 속 재료도 가운데만 넣는 게 아니라 가장자리까지 들어있다. 스파이시 갓(겨잣잎) 맛을 먹어봤는데 갓의 알싸함이 살아있으면서 오니기리가 이렇게 고급질 수 있구나 싶었다. 소고기 달걀 맛도 있으니 취향껏 고르면 된다.
③ 에그 산도(エッグサンド) — 세 편의점 중 1위
세 편의점 모두 에그 산도를 파는데, 패밀리마트 에그 산도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다. 이유가 있다. 다른 편의점 에그 산도는 전부 크리미한 질감인데, 패밀리마트는 크리미한 부분이랑 굵직한 달걀흰자 덩어리가 섞여있다. 그 식감 차이가 핵심이다. 달걀이 주황빛을 띠는 것도 일본 달걀 품질이 남다르다는 증거다. 뒤에 탭 당기면 봉지가 열린다.
④ 파미치킨(ファミチキ) — 이거 안 먹으면 패밀리마트 안 간 거
계산대 옆 온열 케이스에 있다. 일본 편의점 치킨 중에 패밀리마트 파미치킨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빵가루 입힌 닭다리살 튀김인데, 겉은 적당히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하다. 조미료 맛이 진하게 나는데 이게 중독성이 있다. 포장지가 분리 가능하게 설계돼 있어서 손에 기름 안 묻히고 먹을 수 있다.
에그 산도를 열고 그 안에 파미치킨을 통째로 넣는다. SNS에서 유행하는 패밀리마트 꼼수다. 달걀 살라드의 크리미함이랑 닭튀김의 바삭함이 만나서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된다. 양도 많고 포만감도 대박이다.
⑤ 고디바 초콜릿 프라페(GODIVA フラッペ) — 한정 시즌
프라페 시리즈가 계속 바뀌는데, 고디바 콜라보 초콜릿 프라페가 나왔을 때 반드시 사야 한다. 방법이 있다. 컵을 손으로 여러 번 꾹꾹 눌러 안을 풀어준 다음 뚜껑을 열고, 안에 있는 우유를 붓고 빨대로 섞는다. 바닥에 초콜릿이 가라앉아 있으니 바닥까지 잘 섞어야 한다. 밀크쉐이크 같은 질감에 다크 초콜릿 풍미가 묵직하게 올라온다. 오후티 계열 블루베리, 딸기 맛도 다 맛있으니 취향껏 골라도 된다.
🏪 로손(ローソン) — 디저트는 여기가 답
로손은 1975년 설립. 일본 전국에 14,600개 이상. 가장 유명한 게 가라아게쿤(からあげクン)이라는 닭튀김 너겟인데, 이것 말고도 달달한 게 진짜 많다. 디저트 쪽은 편의점 중에 로손이 최고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① 모찌 뿌요(もちぷよ) — 흔들리는 게 예술
냉장 케이스 안에 있다.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면 흔들흔들 젤리처럼 움직인다. 껍질이 굉장히 얇고 탱탱한 찹쌀 재질인데, 열어보면 안에 홋카이도 밀크 휘핑크림이 꽉 들어있다. 껍질을 늘려보면 고무줄처럼 쭉 늘어난다. 한 입 베어 물면 크림이 터지는 느낌이 있다. 심플하게 달달하고 크리미하고 쫄깃하다. 이걸 로손에서 안 사면 손해다.
② 마구로 타타키 오니기리(まぐろたたき) — 편의점 스시의 끝판왕
오니기리 코너에 있는데 생긴 게 좀 특이하다. 참치(마구로)를 잘게 다져서 네기토로 형태로 만들고, 초밥밥 위에 얹은 다음 김으로 감싼 형태다. 피클 무도 들어있어서 약간의 새콤함이 포인트. 소스가 참치의 짭짤함과 밥의 단맛을 연결해준다. 편의점에서 이런 퀄리티의 참치 오니기리가 나온다는 게 놀랍다. 참치 스시 좋아하면 이거 무조건 사야 한다.
③ 초코칩 멜론빵(チョコチップメロンパン) — 안에 크림이 숨어있다
겉에는 쿠키 반죽 위에 초콜릿이 코팅되어 있고 초코칩이 박혀있다. 여기까지만 봐도 맛있는데, 비밀이 있다. 안을 열면 휘핑크림이 들어있다. 초코 + 초코칩 + 크리미한 휘핑크림의 조합이다. 빵은 부드럽고 가볍다. 단 것 좋아하면 이거 한 개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④ 가라아게쿤(からあげクン) — 로손의 상징
로손 계산대 옆 온열 케이스에 항상 있다. 닭튀김 5개짜리 팩인데 레귤러, 레드(매운맛), 치즈, 시즌 한정 등 맛이 다양하다. 가격은 270엔 내외. 다른 편의점 치킨보다 크기가 작은 너겟 형태인데, 한 입에 쏙 들어가서 오히려 더 먹기 편하다. 바삭한 겉과 촉촉한 속의 밸런스가 좋다. 5개짜리니까 혼자 먹어도 부담이 없다.
⑤ 도라모찌(ドラもち) — 팥 + 크림 + 찹쌀의 삼각편대
도라야키를 찹쌀 반죽으로 만든 버전이다. 팬케이크 같은 빵 재질인데 씹으면 모찌 식감이 난다. 안에 휘핑크림이랑 팥 앙금이 동시에 들어있다. 팥 싫어하는 분들도 한 번만 먹어보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 크림이 팥의 특유한 맛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로손에 가면 습관처럼 집어드는 아이템이 됐다.
🏪 세븐일레븐(セブン-イレブン) — 23,000개, 세계 최대 편의점 제국
세븐일레븐은 1974년 일본에 상륙해서 지금 일본 내 23,000개 이상, 전 세계 85,000개 이상. 24시간 365일 운영. 국내총생산(GDP)에 편의점이 기여할 수 있다면 이게 딱 세븐일레븐 얘기다. 오니기리, 과일 산도, 아이스크림 등 각 카테고리에서 압도적인 상품을 내놓는다.
① 딸기 산도(いちごサンド) — 제철 과일의 진짜 맛
세븐일레븐에서 과일 산도는 무조건 사야 한다. 특히 딸기 시즌(1월~4월)에는 딸기 산도가 최고다. 빵 두 개 사이에 생크림이 두툼하게 들어있고, 딸기가 통으로 여러 개 박혀있다. 일본 딸기의 당도가 국내와 다르다. 달달함의 차원이 다르다. 사과는 사과고, 딸기는 딸기인데 일본 딸기는 달기도 하고 향도 더 강하다. 시즌에 맞게 체리, 복숭아, 망고 산도도 나오니 방문 시즌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보면 된다.
② 브룰레 아이스크림(ブリュレアイス) — 뚜껑 깨는 재미
세븐일레븐 아이스크림 케이스에 있다. 위에 카라멜화된 설탕 층이 올라가 있어서 숟가락으로 탁 치면 쫙 깨진다. 크림브룰레를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것. 바닐라 맛이 기본이고 크리미하고 부드럽다.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에서는 초콜릿 맛도 파니까 두 군데 다 가게 되면 비교해봐도 재밌다. 뚜껑 깨는 그 순간의 만족감이 있다.
③ 스무디(スムージー) — 계산대에서 만드는 과일 주스
세브나일레번 독특한 시스템이다. 냉동 상태의 스무디 컵을 계산대에서 계산하면 직원이 바코드를 스캔해준다. 그걸 받아서 기계에 갖다 대고 뚜껑 열고 넣으면 기계가 돌리면서 스무디를 만들어준다. 주의할 게 있는데, 뚜껑을 반드시 열고 넣어야 한다. 뚜껑 닫고 넣으면 기계가 망가진다. 딸기바나나, 아사이, 망고 등 맛이 여러 가지. 100% 과일이라 인공 감미료 없고 과일 향이 진하게 살아있다. 컵이 작아 보여도 과일 농도가 진해서 한 컵으로 포만감이 있다.
④ 가라아게 스틱(唐揚げスティック) — 걸어다니면서 먹는 닭튀김
온열 케이스에서 꼬챙이에 꽂힌 채로 나온다. 닭고기 한 덩어리를 꼬챙이에 꽂아 튀긴 것인데, 걸어다니면서 먹기 딱 좋은 형태다. 바삭한 튀김옷 안에 부드러운 닭살. 조미 배합이 중독성 있게 되어있다. 가격도 150엔 내외로 부담이 없다.
⑤ 참치마요 오니기리(ツナマヨ) — 비행기 내리면 제일 먼저 사는 것
일본 도착하자마자 세븐일레븐 들어가서 참치마요 오니기리 사는 게 루틴이 됐다. 이게 그냥 참치가 아니다. 참치와 일본산 마요네즈의 조합인데, 국내 마요랑 일본 마요가 다르다. 기와이 마요 기준으로 농도가 다르고, 살짝 단맛이 있다. 그게 참치와 만나면 단짠의 균형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밥도 꽉 뭉치지 않고 속 재료가 가장자리까지 채워져 있다. 참치마요 오니기리 하나로 일본을 느낄 수 있다.
🛒 편의점 이용 실전 팁
- 오뎅(おでん) 먹는 방법 — 겨울(10월~3월)에는 계산대 옆 오뎅 냄비가 운영된다. 무, 어묵, 달걀 등을 골라 그릇에 담아 무게로 계산하거나, 개수로 계산하는 방식. 소쿠리로 직접 집어도 되고, 점원에게 "이거 주세요"라고 해도 된다. 100엔~150엔/개 정도.
- 따뜻한 음식 vs 차가운 음식 — 온열 케이스에 있는 만두, 피자만, 치킨은 데워진 상태로 판다. 도시락은 "따뜻하게 해드릴까요?" 물어보는데 이때 "핫또 시테 쿠다사이(温めてください)"라고 하면 전자레인지에 데워준다.
- IC카드 결제 — 스이카(Suica), 파스모(PASMO) 같은 IC카드로 편의점 계산이 가능하다. 현금보다 빠르고 잔돈 안 받아도 된다.
- 100엔 이하 간식 — 로손 가라아게쿤(130엔), 패밀리마트 피자만(130엔 내외), 세부나일레번 참치마요 오니기리(150~170엔). 예산이 타이트해도 편의점에서 한 끼 해결 가능하다.
- 한정판 상품 체크 — 편의점 앱(세부나일레번 앱, 로손 앱)을 받아두면 이번 주 신상품, 한정 상품 미리 알 수 있다. 일본어 앱이지만 제품 사진만 봐도 충분히 쓸 수 있다.
- ATM 이용 — 세부나일레번 ATM에서 해외 카드 인출이 된다. 환율 수수료 있지만 급하게 현금 필요할 때 편하다.
입국장 나오면 바로 편의점 직행. 세부나일레번 참치마요 오니기리 + 로손 가라아게쿤 + 패밀리마트 에그 산도. 이 세 개만 들고 가면 첫날 이동 중에 먹을 게 해결된다. 편의점 샌드위치와 오니기리는 당일 유통이라 신선도 걱정 없다. 한국 들어올 때 사 오면 좋은 건 로손 모찌뿌요, 세부나일레번 브룰레 아이스크림(냉동)이다.
콘비니 신제품 주기
세 편의점 모두 주마다 신상품이 나온다. 특히 봄(벚꽃), 여름(수박·망고), 가을(고구마·밤), 겨울(딸기) 시즌마다 계절 한정 상품이 쏟아진다. 로손은 매주 월요일에 신상품 발표가 많고, 세부나일레번도 주 1회 이상 신상품을 선보인다. 방문 일정이 정해지면 편의점 공식 SNS를 팔로우해두면 뭐가 나오는지 미리 알 수 있다. 갔을 때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것보다 미리 알고 가서 사는 게 훨씬 알차다.
일본 편의점은 그냥 편의점이 아니다. 문화다. 처음 가면 뭐부터 살지 몰라서 그냥 눈으로만 보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글 하나만 보고 가면 빠짐없이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비행기 내리면 제일 먼저 편의점 가는 사람, 이제 당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