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딘가에 고양이가 주인인 섬이 있다. 사람 수보다 고양이가 많고, 개는 입도 금지고, 페리가 하루 두세 번밖에 없는 섬. 여행자가 오면 고양이들이 먼저 마중을 나온다. 낚싯배 위에서 낮잠 자는 고양이, 돌계단에 늘어져 있는 고양이, 두 눈 가득 호기심을 담고 다가오는 고양이. 일본에는 그런 섬이 몇 군데 있다.
정확히는 5개다. 이 글에서는 그 다섯 개를 전부 다룬다. 어디서 가는지, 페리가 몇 시에 있는지, 섬에 식당이 있는지 없는지, 어떤 사람에게 맞는 섬인지. 그 이야기를 순서대로 풀어본다.
네코지마(猫島)란 무엇인가
네코지마는 말 그대로 "고양이 섬"이다. 고양이 수가 주민 수를 넘는 섬에 붙는 별명인데, 일본 전역에 여러 곳이 있다. 대부분 어업이 발달한 섬으로, 오래전부터 고양이를 쥐 퇴치용으로 키워왔다. 어부들은 고양이의 행동을 보고 날씨를 읽었고, 풍어를 기원할 때도 고양이를 믿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은 줄고 고양이는 늘었다. 지금은 고양이가 섬의 진짜 주민이 된 곳들이 생겼다.
관광지로서 유명해진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SNS에서 "고양이에게 둘러싸인 섬" 사진이 퍼지면서 해외 여행자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CNN이 "세계 6대 고양이 명소"로 아이노시마를 선정하면서 더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여행자들에게는 생소한 곳이 많다. 이 글이 그 간극을 좀 채워줬으면 한다.
① 다시로지마(田代島) — 미야기현, 고양이 신사가 있는 원조 고양이 섬
다섯 개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역사도 가장 깊다.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앞바다에 있는 섬으로 면적은 약 3.14㎢. 인구는 50~80명 수준이고 대부분 고령자 어부들이다. 고양이 수는 150마리 이상, 고양이 대 사람 비율이 약 6:1이다.
이 섬에 고양이가 많아진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양잠업. 누에를 기르던 시절, 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들여왔다. 다른 하나는 어업. 어부들이 고양이의 행동으로 날씨와 어획을 예측했고, 그러다 보니 고양이를 신성하게 여기게 됐다. 작업 중에 실수로 고양이를 다치게 한 어부가 정성껏 묻어준 게 계기가 돼 고양이를 모시는 사당, 즉 고양이 신사(猫神社)가 생겼다. 지금도 섬 중앙부에 그 신사가 남아있다.
볼거리 / 할 거리
- 고양이 신사(猫神社) — 섬의 상징. 니토다 항구에서 도보로 약 30분. 신사 주변에 고양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있다. 소원을 빌면서 고양이들과 함께 앉아있는 게 이 섬의 진짜 관광이다.
- 만화섬(マンガアイランド) — 고양이 모양의 통나무 오두막들이 모여있는 캠핑 구역. 4~10월 운영.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독특한 공간이다. 숙박도 가능하다. 도착 2주 전에 예약이 기본.
- 니토다~오도마리 도보 코스 — 두 항구를 연결하는 2.5km 길. 고양이 신사를 지나는 루트로, 섬 전체를 걸으면서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비포장 자연길이라 운동화 추천.
가는 법
- 도쿄 → 도호쿠 신칸센 → 센다이역 (약 90분~2시간)
- 센다이역 → JR센세키선 → 이시노마키역 (약 80분)
- 이시노마키역 → 버스 또는 도보 → 주오항(中央港) (10~15분)
- 주오항 → 아지시마라인(あじしま海運) 페리 → 다시로지마 (약 45~60분, 편도 약 1,250엔)
💡 꿀팁: 페리는 하루 2~3편. 오전 9시 편으로 들어가서 오후 3시 30분 편으로 나오면 약 6시간 체류 가능하다. 날씨에 따라 결항 가능성이 있으니 전날 반드시 스케줄 확인. 섬에 식당과 편의점이 없다. 도시락과 물을 챙겨가는 것이 필수다. ATM도 없으니 현금 준비도 필요하다.
⚠️ 주의: 개 반입 금지 (도우미견 제외). 고양이에게 먹이 주기 자제. 쓰레기는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
② 아이노시마(相島) — 후쿠오카현, 가장 가기 쉬운 고양이 섬
CNN이 "세계 6대 고양이 명소"로 선정한 섬이다. 후쿠오카현 신구마치(新宮町)에 속해있고, 하카타역에서 당일치기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5개 고양이 섬 중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다.
섬에 들어서면 어항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어선이 정박해있고, 그 주변에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사람에게 익숙한 편이라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고양이도 많다. 어부들과 고양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가는 법
- JR 하카타역 → JR가고시마본선 → 신구추오역(新宮中央駅) (약 15분)
- 신구추오역 → 버스 → 신구항(新宮港) (약 10분)
- 신구항 → 신구마치 정기선 → 아이노시마 (약 17분, 편도 약 460엔)
💡 꿀팁: 후쿠오카에서 페리까지 이동 포함 약 1시간 이내. 5개 섬 중 가장 간단하게 갈 수 있다. 다만 섬 내 음식점이 거의 없으니 신구항 근처에서 도시락을 챙기는 게 낫다.
③ 오기지마(男木島) — 가가와현, 예술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섬
세토내해에 있는 섬으로, 다카마쓰에서 페리로 40분 거리다. 세토내해 예술제(세토우치 트리엔날레)의 무대 중 한 곳으로, 현대 미술 설치작품과 고양이가 함께 있는 독특한 풍경이 이 섬만의 특징이다.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딘가에서 고양이가 불쑥 나타난다. 예술작품 옆에 앉아있거나, 아예 작품 위에 올라가있기도 하다. 예술 감상과 고양이 구경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섬이다.
가는 법
- 다카마쓰항(高松港) → 오기지마라인 페리 → 오기지마 (약 40분, 편도 약 680엔)
- 도쿄 또는 오사카에서 고마츠·다카마쓰 공항까지 비행기 이용 가능
💡 꿀팁: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기간(봄·여름·가을, 3년마다)에 방문하면 작품 수가 훨씬 많아진다. 섬에 작은 카페가 몇 군데 있어 다른 고양이 섬보다 시설이 조금 낫다.
④ 사나기지마(佐柳島) — 가가와현, '나는 고양이 사진'의 성지
사나기지마에서는 고양이들이 날아다닌다. 정확히는, 고양이 장난감을 흔들면 고양이들이 점프를 한다. 그 순간을 찍은 사진들이 SNS에서 바이럴을 탔고, 지금은 포토그래퍼들이 특별히 찾는 섬이 됐다.
인구 20여 명의 조용한 어촌이다. 고양이 수는 적지 않지만, 관광 인프라가 거의 없고 페리 편수도 많지 않다. 조용한 섬을 원하는 사람, 독특한 고양이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 곳이다.
가는 법
- JR 다도츠역(多度津駅) → 도보 또는 택시 → 다도츠항(多度津港)
- 다도츠항 → 시오마루 페리(塩丸汽船) → 사나기지마 (약 40분, 편도 약 880엔)
⚠️ 주의: 페리 편수가 매우 적다. 당일치기 시 귀항 시간을 반드시 확인하고 출발해야 한다. 섬에 상점이나 식당 없음.
⑤ 아오시마(青島) — 에히메현, 가장 극단적인 고양이 섬
5개 중 가장 접근이 어렵고, 5개 중 고양이 밀도가 가장 높다. 에히메현 오즈시(大洲市)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으로, 주민은 10명 이하, 고양이는 100마리 이상이다. 고양이 대 사람 비율이 10:1을 훌쩍 넘는다. 페리는 하루 2편, 귀항 편은 오후 4시 15분 단 1편이다.
섬에는 자판기도, 가게도, 카페도, ATM도, 숙소도 없다.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페리로 들어가서 오후 귀항 편이 있을 때까지다. 그 사이에 고양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이 섬의 전부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가는 법
- 마쓰야마역(松山駅) → JR 요산선 → 이요나가하마역(伊予長浜駅) (약 50분)
- 이요나가하마역 → 도보 약 5분 → 나가하마항(長浜港)
- 나가하마항 → 오즈시 정기선 → 아오시마 (약 35분, 편도 약 690엔)
- 페리 출발: 오전 8:00 / 오후 2:30 (계절에 따라 변동)
- 귀항 편: 오후 4:15 (사실상 유일한 귀환 수단)
💡 꿀팁: 반드시 오전 8시 편을 타야 한다. 오후 편으로 들어가면 귀항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섬에 아무것도 없으니 물과 도시락, 간식을 충분히 챙겨야 한다. 귀항 페리를 놓치면 당일 섬을 나올 방법이 없다는 점도 기억해두자.
⚠️ 주의: 날씨가 나쁘면 결항. 방문 전날 기상 확인 필수. 섬 전체가 '기능이 멈춘' 어촌이라 사유지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아오시마의 장기적 미래는 불확실하다 — 주민 수가 계속 줄고 있어 섬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5개 섬 한눈에 비교
- 초보자, 처음 방문 → 아이노시마(후쿠오카). 하카타에서 1시간 이내, 접근 최고.
- 역사 + 상징성 → 다시로지마(미야기). 고양이 신사, 만화섬, 원조 고양이 섬.
- 예술 + 고양이 → 오기지마(가가와). 세토내해 풍경 + 현대미술 + 고양이.
- 사진 찍기 → 사나기지마(가가와). 점프하는 고양이 사진의 성지.
- 극단적 경험 → 아오시마(에히메). 진짜 고양이 왕국. 아무것도 없고 고양이만 있음.
고양이 섬 방문 시 꼭 지켜야 할 것들
- 고양이에게 인간 음식 주지 않기 — 섬 고양이들은 주민들이 관리하고 먹이를 준다. 방문자가 음식을 주면 고양이 건강에 해롭고 관리 체계가 무너진다.
- 플래시 사진 금지 — 고양이 눈에 자극적이다. 자연광으로 찍자.
- 억지로 다가가지 않기 — 고양이 페이스에 맞춰라. 손을 내밀어서 먼저 냄새를 맡게 하면 고양이가 알아서 다가온다.
- 쓰레기는 가져가야 한다 — 섬에 쓰레기 처리 시설이 없는 곳이 많다. 먹고 남은 것은 전부 본인이 들고 나와야 한다.
- 개 반입 금지 — 대부분의 고양이 섬에서 공통 규칙이다.
가기 전에 체크리스트
- ☑ 페리 시간표 확인 (출발 전날, 당일 아침 모두)
- ☑ 도시락 + 물 + 간식 충분히 준비
- ☑ 현금 준비 (ATM 없는 섬이 대부분)
- ☑ 날씨 확인 — 강풍·우천 시 결항 가능
- ☑ 카메라 충전, 보조배터리 챙기기
- ☑ 운동화 착용 (비포장 도로가 많음)
- ☑ 고양이 알레르기 있는 동행이 있는지 확인
일본 어딘가의 작은 섬에서 고양이가 먼저 다가오는 경험을 한번쯤 해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페리 시간을 맞추고, 도시락을 챙기고, 아무것도 없는 섬에 내려서 고양이들 사이에 앉아있는 그 시간. 그게 이 여행의 전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