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클링하러 일본 간다고 하면 다들 오키나와를 떠올리잖아. 근데 오키나와 본섬에서 비행기 한 번 더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거기서부터는 아예 다른 세계다. 에메랄드 바다, 만타가오리, 정글 트래킹, 모래가 별 모양인 해변까지. 이시가키지마(石垣島) 얘기다.
2025년 4월, 진에어가 인천-이시가키 직항 노선을 취항했다. 비행 시간 2시간 30분. 도쿄 가는 시간이랑 비슷한데, 내리면 거기가 몰디브다. 아직 한국인한테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북적북적한 관광지 분위기가 전혀 없고, 그래서 오히려 지금이 제일 좋을 때다.
이시가키지마, 어떤 섬이야?
이시가키지마는 오키나와현 야에야마(八重山) 제도의 중심 섬이다. 일본 최남단에 가까운 위치라 오키나와 본섬보다도 대만과 더 가깝고, 기후도 열대 우림에 가까운 아열대다. 연중 최저 기온이 거의 20도 이하로 안 내려가니까 언제든 여행하기 좋긴 한데, 시즌별로 특징이 다르다.
- 4월~5월 초: 장마 전 황금 시즌. 덥지 않고 바다도 맑다. 만타 확률도 나쁘지 않음
- 5월 중순~6월: 장마 기간. 비가 잦고 습도 폭발. 여행 가능하지만 비 각오 필요
- 7월~9월: 가장 더운 시즌 + 태풍 시즌. 평균 최고 기온 30도 이상. 태풍으로 투어가 취소될 수 있음
- 10월~11월: 만타 확률 피크 시즌 + 태풍도 빠짐.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시기
- 12월~3월: 평균 20도 내외. 스노클링 가능하고 한산해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음
💡 꿀팁: 만타가오리를 꼭 보고 싶다면 5월~8월은 피해. 1월~4월, 10월~11월에 수면 가까이 올라오는 만타를 높은 확률로 볼 수 있다. 다이빙 업체 카후 이시가키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5월에서 8월이 만타 목격 사례가 제일 적더라.
어떻게 가? 진에어 직항 완전 정복
현재 진에어만 인천-이시가키 직항을 운항 중이다. 주 5회 (월·화·목·금·일). 비행 시간은 2시간 30분이고, 항공권 가격은 일반적으로 편도 25만 원~30만 원대. 성수기엔 더 오르니까 일찍 잡는 게 맞다.
진에어에서 이시가키 관련 액티비티 할인 서비스도 있는데, 특히 카비라만 글라스보트 할인이 쏠쏠하다. 일반 가격 1,700엔이 1,200엔으로 떨어지니까 체크해 볼 것. (2025년 7월 18일 이전 여행 기준)
공항에서 시내까지, 교통 정리
신 이시가키 공항은 섬 남쪽에 있고, 시내(이시가키 항구 근처)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렌트카
이시가키에서 렌트카는 공항에서 픽업하고 반납하는 방식이 기본이다. 섬이 생각보다 크고 볼 곳이 북쪽에 몰려 있어서, 하루라도 빌리는 걸 강력 추천한다. 북쪽 라인 카비라만→요네하라→히라쿠보 곶을 렌트카로 하루에 다 돌 수 있다. 단, 시내 숙소면 주차 확인 필수 — 유료 주차장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음.
버스
렌트카 없는 뚜벅이도 충분히 다닐 수 있다. 버스가 생각보다 잘 돌아다니거든.
- 공항버스: 공항 → 이시가키 항구 버스터미널 직행, 편도 500엔, 약 30분
- 일반버스 1일권: 1,000엔 (24시간 무제한)
- 일반버스 5일권: 2,000엔 (뚜벅이에게 압도적 가성비. 버스 4~5번 타면 뽕 뽑음)
- 공항에서 탈 때 기사님한테 현금으로 구매. 현금만 가능하니 공항 ATM에서 엔화 준비해 두기
⚠️ 주의: 자전거는 비추천. 섬 중앙이 산이라 언덕이 엄청 많다. 미야코지마랑 다르게 이시가키는 자전거로 돌면 체력이 남아나질 않는다.
택시
시내에서는 택시가 꽤 돌아다니는데, 기본 요금이 500엔으로 비싼 편. 시내 이동할 때만 가끔 활용하고, 외곽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자.
꼭 가야 할 스팟들
① 카비라만 (川平湾)
이시가키에서 제일 유명하고 제일 아름다운 만. 에메랄드 그린과 코발트 블루가 섞인 물색이 진짜 환상이다. 단, 여기는 수영 금지다. 조류가 너무 세서 물에 들어갈 수 없고, 바닥이 투명하게 보이는 글라스보트(유리배)를 타고 40분 정도 바다 위에서 구경하는 방식이다.
- 글라스보트 요금: 1,700엔 (진에어 할인 시 1,200엔)
- 산호초와 열대어를 배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험 자체가 압도적
- 아이스크림 맛집도 근처에 있으니 하나 사 들고 만 뷰 즐기기
② 요네하라 비치 (米原ビーチ)
이시가키 북쪽에 있는 셀프 스노클링 스팟. 투어 없이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산호와 열대어가 풍부하다. 수영이 가능한 스팟 중에서 이시가키에서 가장 만족도 높은 해변이라는 평이 많다.
③ 블루케이브 (ブルーケーブ)
북서쪽에 위치한 스노클링 스팟. 조류가 세서 스스로 가기가 쉽지 않은데, 업체 투어를 이용하면 픽드랍까지 해준다. 카약이나 스노클링 투어가 이 포인트에서 많이 진행된다.
④ 히라쿠보 곶 전망대 (平久保崎灯台)
섬 북동쪽 끝에 위치한 등대 전망대. 양쪽으로 바다가 펼쳐지는 뷰가 장관이다. 차로만 올 수 있는 위치라 렌트카 일정에 넣으면 딱 좋다.
⑤ 야이마 마을 (やいま村)
류큐 왕조 시대 전통 가옥을 재현한 민속촌. 여기 다람쥐원숭이가 풀어져 있는데, 먹이를 주면 손바닥 위로 올라온다. 아이 동반 여행이면 필수 코스.
이시가키 최고의 경험: 만타 스노클링
이시가키에 오는 이유 80%가 이거다. 만타가오리(쥐가오리)를 수중에서 직접 보는 경험. 만타는 조류가 센 곳에 사는 습성이 있어서, 스노클링 난이도가 꽤 높다. 조류를 거스르면서 수영해야 하고, 수면에서 4~50분 정도 이동하는 스팟도 있다.
- 투어 선택 시 확인할 것: 초보자 가능 여부, 라이프재킷 제공 여부, 날씨 취소 환불 정책
- 스노클링 마스크는 개인 거 가져가는 게 편하다 (업체 제공 마스크는 핏이 안 맞는 경우 多)
- 수영 경험 없으면 솔직히 힘들 수 있으니, 여행 전 수영 연습 좀 해두기
- 바라스 섬 투어: 이시가키에서 배 타고 이리오모테 거쳐서 가는 스팟. 건강한 산호초가 그대로 살아있는 환상의 수중 포인트
💡 꿀팁: 스노클링 투어는 사전 예약 필수. 성수기엔 한 달 전에 이미 찬다. 카후 이시가키, 블루스카이 등 업체 미리 비교해볼 것.
이시가키만으로는 아쉬워: 주변 섬 투어
이시가키에서 페리로 15~50분 거리에 개성 넘치는 섬들이 있다. 여기를 안 보면 이시가키를 반만 본 거다.
다케토미 섬 (竹富島) — 페리 15분
둘레 5km짜리 초미니 섬이다. 류큐 전통 가옥이 그대로 남아있는 마을 풍경이 정말 고즈넉하고 독특하다. 산호 돌담 사이로 부겐빌레아가 피어있고, 전통 물소 달구지를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도는 게 메인 체험이다.
- 호시 모래 해변 (星の砂): 별 모양 모래알이 섞여 있는 해변. 쌍안경으로 들여다보면 진짜 별 모양. 작은 통에 담아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음
- 호시노야 다케토미(星のや竹富島) - 일본 최고급 리조트 중 하나가 이 섬에 있음. 전통 가옥 스타일의 독채 빌라, 아와모리 체험, 야외 저수지 같은 수영장이 인상적
이리오모테 섬 (西表島) — 페리 50분
면적은 이시가키보다 큰데, 섬 대부분이 국립공원이라 인구가 적고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다. 정글 트래킹, 맹그로브 카약, 폭포 하이킹, 반딧불 투어까지 — 액티비티 천국이 따로 없다.
- 맹그로브 패들보드: 강을 따라 맹그로브 숲 속을 패들보드로 이동. 초보도 할 수 있고 힐링 그 자체
- 폭포 트래킹: 산속 깊이 들어가서 폭포까지 걷고 그 앞에서 수영. 카약 + 하이킹 + 수영 세 가지 한 번에 가능한 투어
- 반딧불 투어: 밤에 차 끄고 숲 한가운데 서 있으면 수백 마리 반딧불이 나타난다. 도심에서는 절대 못 보는 경험
- 호시노 리조트 이리오모테: 맹그로브 숲 앞에 위치. 발코니에서 보이는 바위섬과 정글 뷰가 압도적
⚠️ 주의: 이리오모테 투어는 이시가키에서 출발하는 경우 배 + 보트 이동이 길어서 체력 소모가 크다. 하루 일정 빡빡하게 잡지 말 것.
이시가키 맛집 & 음식
야에야마 소바 (八重山そば)
오키나와 소바와 비슷하지만 야에야마 지방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 돼지고기와 가마보코(어묵)가 얹혀 나오는 맑은 국물 소바. 이시가키 시내 골목에 소바 전문점이 여러 곳 있다. 가격은 대부분 700~900엔대.
이시가키규 (石垣牛)
이시가키에서 키우는 화우다. 마블링이 좋고 부드럽기로 유명한데, 현지에서 먹으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시내 이자카야나 정육식당에서 먹을 수 있고, 비프마루(ビーフマル)가 현지인들한테 인기 많은 곳이다.
- 네기 규탄 (ネギ牛タン): 이시가키 명물 중 하나. 파를 듬뿍 올린 쇠고기 혀 구이
- 오니사사 (御にぎり): 야에야마 전통 주먹밥
켄키샵 푸딩
이시가키 현지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푸딩 전문점. 진한 우유 맛 푸딩인데, 이시가키 들르면 한번 먹어보는 것 추천.
이자카야 라인
시내 번화가 블록에 이자카야가 여럿 있고 밤 12시까지 영업한다. 미야코지마보다 술 문화가 활발하고 식당 수도 많다. 아와모리(泡盛) — 오키나와 전통 증류주 — 를 이자카야에서 꼭 한 번 마셔볼 것.
숙소 선택 가이드
시내 권역 (뚜벅이에게 최적)
이시가키 버스터미널 근처에 숙소를 잡으면 투어 픽업도 편하고 이동도 쉽다. 이 구역에서 1박에 7~10만 원대 숙소들이 많고, 시설 대비 가성비가 좀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한 블록 벗어나면 더 넓고 쾌적한 숙소가 더 저렴하게 잡히니 약간 외곽도 체크해볼 것.
ANA 인터컨티넨탈 이시가키
본섬에서 가장 유명한 대형 리조트. 제주 신라호텔과 비슷한 분위기라는 평이 많다. 붉은 지붕, 넓은 수영장, 해변 직접 연결. 오션뷰 프리미엄 룸에서 내려다보는 바다가 압도적. 연식이 좀 있고 조식 웨이팅이 길다는 단점 있음.
남서쪽 해변 리조트
바다색은 북쪽보다 좀 아쉽지만, 규모 있는 리조트들이 1박 15만 원 선에 있다. 가성비 리조트를 원하면 이쪽도 좋은 선택.
호시노야 다케토미 (星のや竹富島)
다케토미 섬에 있는 일본 최고급 독채 빌라 리조트. 전통 가옥 스타일의 8개 독채가 각각 돌담으로 분리되어 있고, 욕조에서 정원 뷰, 오타루 수영장까지 — 가격은 세지만 한번 경험해볼 만하다. 최소 1박 30만 원 이상 각오해야 함.
실전 꿀팁 정리
환전 & 결제
카드 결제가 대부분 되는데 현금도 좀 필요하다. 버스 패스, 일부 맛집, 글라스보트 등은 현금 필요. 공항 중앙 현관 옆 ATM이랑 맥스밸류 야에야마점 ATM에서 수수료 없이 뽑을 수 있다. 트래블 카드 계좌에 엔화 넣고 공항 ATM에서 바로 찾으면 한국에서 환전 안 해도 된다.
유심 & 데이터
외곽이나 이리오모테 정글, 바다 한가운데서도 터지는 유심이 있어야 한다. 스노클링 중 데이터가 끊기면 투어 업체 연락이 안 되는 상황 발생. 일본 전용 유심 사전 구입 추천.
비짓재팬웹 (Visit Japan Web)
비행기 타기 전에 공항 카페에서 미리 해놓기. 맨 밑에 세관 신고까지 완료해야 QR이 생성된다. QR 캡처해서 저장해 두면 도착 후 줄 안 서고 빠르게 통과.
전압 & 콘센트
일본은 110V 규격. 충전기 멀티탭이나 돼지코(어댑터) 필수. 깜빡하고 안 챙기면 현지 편의점에서 살 수 있긴 한데 가격이 비쌈.
세탁
이시가키 숙소 대부분에 세탁기가 있다. 소형 세제 한 봉지 챙겨가면 3박4일도 옷 가볍게 가져갈 수 있음.
쇼핑
시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맥스밸류, 돈키호테, 드럭스토어 등이 몰려있는 쇼핑 구역이 있다. 마지막 날 여기서 오미야게 사는 게 최선.
이시가키 vs 미야코지마, 어디 갈까?
- 맑은 바다 보고 싶다 → 미야코지마. 산호섬이라 퇴적층이 없어서 물이 투명하다
- 스노클링 + 만타 보고 싶다 → 이시가키. 스팟이 다양하고 만타 투어가 있다
- 이자카야, 밤 문화 즐기고 싶다 → 이시가키. 시내가 더 번화하고 식당이 많다
- 조용하고 물색 예쁜 해변에서 쉬고 싶다 → 미야코지마
- 정글 액티비티, 바라스 산호, 전통 마을까지 다 원한다 → 이시가키
두 곳 다 직항이 생겼으니, 이번 여름은 이시가키. 다음은 미야코. 이 루틴이 생길 것 같다.
인천에서 2시간 30분이면 닿는 일본의 몰디브. 6월 이전, 10월 이후 — 시즌 맞춰서 떠나면 진짜 인생 여행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