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근교 최고 여행지, 하코네를 제대로 즐기는 법
도쿄에서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곳 중에 하코네만 한 데가 없다. 등산열차 타고, 케이블카 갈아타고, 로프웨이에서 후지산 보고, 해적선까지 타는 이 미친 동선이 하나의 패스로 다 연결된다. 처음엔 복잡해 보이지만 막상 가면 길이 하나라 헤맬 일이 없다. 오히려 너무 쉬워서 허무할 수 있다.
이 글은 하코네 1박2일 기준으로 썼다. 당일치기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솔직히 료칸 온천 경험 없이 하코네 갔다 왔다고 말하기엔 뭔가 아쉽다. 시간이 된다면 하루 자고 오는 걸 권한다.
하코네 프리패스: 이것만 알면 절반은 끝
하코네 여행의 핵심은 하코네 프리패스다. 오다큐 신주쿠역에서 구매하거나, 클룩·KKday 같은 앱으로 사전 구매해서 QR코드로 쓰면 된다.
- 2일권 성인 7,100엔 / 어린이 1,600엔
- 3일권 성인 7,500엔 / 어린이 1,850엔
패스에 포함되는 것들이 상당하다. 오다큐선 신주쿠↔오다와라 왕복 승차권, 하코네 내 8가지 교통수단(등산열차·케이블카·로프웨이·해적선·버스 등) 무제한, 70개 이상 시설 할인까지. 개별 구매하면 무조건 이 금액보다 비싸지니까 고민할 것도 없다.
💡 꿀팁: 당일치기라도 2일권 사면 된다. 1일권이 없어서다. 첫날과 다음날 자정까지 유효하니까 당일에 사도 충분히 본전이 나온다.
⚠️ 주의: 신주쿠에서 하코네유모토까지 로망스카(특급열차)를 타고 싶다면 특급권을 별도로 사야 한다. 편도 약 1,200~1,250엔. 프리패스에는 기본 운임만 포함돼 있다. 로망스카는 신주쿠~하코네유모토 약 1시간 20분, 창밖 경치도 좋고 좌석도 편해서 한 번쯤 타볼 만하다. 일반 급행은 약 1시간 40분.
추천 코스: 반시계 방향이 정답
하코네 주요 관광지들은 산지 지형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이동 동선이 거의 정해져 있다. 지도상 가까워 보여도 특정 관광지를 건너뛰고 바로 이동하는 방법이 없다. 크게 두 방향 중 선택인데, 반시계 방향이 더 대세다.
- 하코네유모토역 → 등산열차(약 40분) → 고라역 → 케이블카(약 11분) → 소운잔역 → 로프웨이(8분) → 오와쿠다니 → 로프웨이(8분+8분) → 도겐다이역 → 해적선 → 하코네마치/모토하코네 → 하코네 신사
이 동선 그대로 가면 된다. 표지판 보고, 사람 따라가면 자연히 흘러간다.
하코네유모토역: 여행의 시작
하코네유모토역에서 내리면 바로 온천 거리가 펼쳐진다. 등산열차 타기 전에 30분~1시간 여유 있으면 골목 구경하면서 길거리 음식 먹고 출발하는 게 딱 맞다.
- 양파 어묵 400엔 — 겉보기엔 평범한데 속이 크리미하다. 양파 향이 은근히 베어 있어서 한국 치즈 어묵 느낌. 한 개는 맛있고, 두 개부터는 질릴 수 있다는 현지인 증언이 있다.
- 하코네 만주 — 흰 만주 계열. 한 입 먹으면 달달하고 부드럽다. 기념품으로도 무난하다.
식사는 가능하면 여기서 하거나 고라역 근처에서 하는 게 낫다. 산 위로 올라갈수록 선택지가 줄어든다.
등산열차와 케이블카: 이름이 다 설명한다
유모토역에서 고라역까지 하코네 등산열차가 약 40분 걸린다. 이름처럼 진짜 산을 올라간다. 경사가 상당해서 스위치백 방식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오르는 구간도 있다. 창밖에 숲이랑 계곡이 지나가는데 생각보다 경치가 괜찮다.
고라역에서 케이블카로 갈아타면 소운잔역까지 약 11분. 이것도 꽤 급경사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중에 둥둥 뜨는 케이블카가 아니라 레일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처음 타는 사람은 좀 놀랄 수 있다.
오와쿠다니: 지옥 계곡에서 검은 달걀
소운잔역에서 하코네 로프웨이를 타면 드디어 후지산 뷰가 나온다. 날씨 맑은 날엔 소운잔에서 도겐다이까지 30분 내내 후지산이 보인다. 날씨 흐리면 안 보이는데, 이건 운이다. 맑은 날 보면 기분이 확 달라진다.
로프웨이 중간 정류장 오와쿠다니(大涌谷)에서 내리는 걸 추천한다. 활화산 지형이라 지표면에서 연기가 계속 올라오고 유황 냄새도 난다.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실제로 서 있으면 약간 긴장된다.
- 쿠로타마고(검은 달걀): 5개 500엔. 화산 온천수에 삶아서 껍질이 검게 변한 달걀이다. "하나 먹으면 수명이 7년 늘어난다"는 전설이 있다. 맛 자체는 일반 달걀이랑 크게 다를 게 없지만, 여기서 먹어야 제맛이다. 10개 먹으면 70년 연장이라는 계산도 있다만 실제로 10개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 꿀팁: 화산 활동이 심한 날이나 악천후에는 로프웨이 운행이 중단된다. 여행 전날 공식 홈페이지에서 운행 상황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고라공원: 패스 있으면 무료
동선을 짜다 보면 고라역 근처에서 시간이 남는 경우가 생긴다. 그때 고라공원을 들르면 된다. 원래 입장료 650엔인데, 하코네 패스 있으면 무료다.
봄에 가면 꽃이 만발해서 진짜 예쁘다고 한다. 시즌이 맞지 않으면 꽃이 없어서 좀 밋밋할 수 있다. 대신 온실(식물관)은 연중 볼 수 있고, 분수 주변 공간이 생각보다 아기자기하다. 무료 입장이니까 기대치를 낮추고 가면 만족도가 올라간다.
인근 조각의 숲 미술관은 입장료가 1인당 약 1,600엔인데, 하코네 패스 할인이 적용된다. 야외에 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있고 분위기가 있다. 아트에 관심 있다면 추가로 들러볼 만하다.
아시 호수와 해적선
로프웨이 종착점 도겐다이역에서 해적선을 탄다. 하코네 패스에 A라인(일반석) 탑승이 포함돼 있다. B라인(퍼스트클래스)은 700엔 추가를 내면 창가 앞 자리와 상층 데크를 이용할 수 있다. 후지산 뷰가 잘 보이는 자리를 원한다면 그냥 돈 내는 편이 낫다. 일반석과 퍼스트클래스 사이 뷰 차이가 꽤 크다.
해적선은 아시 호수를 가로질러 하코네마치 또는 모토하코네 항구까지 간다. 약 30~40분 소요. 날씨 좋으면 배 위에서 후지산과 호수가 같이 담기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코네 신사: 아침 일찍 가야 한다
하코네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 아시 호수 수면 위로 솟은 붉은 도리이가 인생샷 포인트다. 삼나무 울창한 숲을 지나 호숫가에 도착하면 그 조용한 분위기가 생각보다 인상적이다.
- 구즈류(九頭龍) 신사: 아홉 마리 용신을 모시는 곳으로 연애운과 사업번창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소원 비는 사람이 유독 많다.
- 도리이 사진 대기줄: 낮에 가면 30명 이상 줄서 있는 경우가 많다. 한 팀당 2~3분씩만 해도 한 시간 대기가 나온다. 빈 도리이 앞에서 혼자 사진 찍고 싶다면 이른 아침 7~8시에 가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 주의: 호수 안에 잠긴 도리이(수중 도리이)는 2025~2026년 일부 기간 공사로 폐쇄된 경우가 있다. 방문 전 신사 공식 일정 확인 필요.
1박 2일이라면: 료칸 온천 경험
하코네에서 자고 온다면 료칸 선택이 핵심이다. 온천이 있는지, 개인 노천탕이 있는지, 조식이 포함인지를 먼저 확인하자.
- 개인 온천(카시키리부로): 선착순으로 운영하는 료칸이 많다. 경쟁이 생각보다 치열하지 않을 수 있으니 일단 체크인하자마자 예약하는 게 낫다.
- 야외 온천: 예약제로 운영하는 경우 30분 단위로 시간대를 잡는다. 날이 춥거나 바람이 세도 일단 들어가면 달라진다. 이래서 온천 온천 하는 거구나 싶은 순간이 온다.
💡 꿀팁: 료칸에서 자면 짐을 다음날 하코네유모토역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수령 시간이 보통 오후 1시 30분~6시 30분이라, 아침에 짐 없이 관광하다 나오면서 찾아가는 동선이 된다.
2일차 아침: 와타나베 베이커리
1891년부터 운영 중인 와타나베 베이커리(渡辺ベーカリー)가 하코네유모토 근처에 있다. 100년이 넘은 빵집이다. 현지인이 많이 오고, 오전 9시 40분에 갔는데 마지막 자리였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 슈폰케이: 빵 안에 고기가 들어 있는 스타일. 찐빵처럼 생겼는데 생각보다 맛있다.
- 일반적인 식사빵부터 디저트 류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오전 일찍 가야 선택지가 많다.
요약: 하코네 1박 2일 핵심 정리
- 📌 하코네 프리패스 2일권 7,100엔 — 무조건 구매
- 🚆 신주쿠→하코네유모토: 로망스카 추천 (특급권 1,250엔 별도), 약 1시간 20분
- 🔄 동선: 반시계 방향 고정 (등산열차→케이블카→로프웨이→해적선→신사)
- 🌋 오와쿠다니 검은 달걀 5개 500엔 — 수명 35년 연장 패키지
- ⛵ 해적선 퍼스트클래스 700엔 추가 — 후지산 뷰 원한다면 투자할 것
- ⛩ 하코네 신사 사진: 이른 아침 7~8시가 줄 없는 유일한 방법
- ♨ 료칸 온천은 체크인하자마자 예약
- 🎒 짐 배송 서비스 활용: 2일차 아침 짐 없이 이동 가능
